27일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안석모 사무총장이 차기정부 10대 인권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는 성적지향의 문제로 법으로 금지하거나 허용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성 소수자 등 소수계층이 모두 존중받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대선 후보자도 힘 써 주시길 바랍니다”대통령선거 TV 토론회에서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적 소수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대선 후보자도 함께 뜻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27일 오전 서울 저동 인권위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안석모 인권위 사무총장은 “성적 취향이나 장애,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 ‘포괄적 차별 금지법’을 차기 정부 인권 과제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성별·장애·연령 외 차별사유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시정권고 외 별다른 금지조치를 취할 수 없다. 인종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당연히 금지되는 차별 사유 조차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포괄적’이라 함은 국제 인권조약 등에서 금지하는 차별 사유를 누락 없이 모두 포함 시키고, 이들 차별 사유를 개별법이 아닌 단일 기본법 형태로 금지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안 사무총장은 “차별금지법은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11조를 구체화한 것”이라며 “인권위가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왔으나 아직 법이 제정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성 소수자들이 군에 입대하는 상황이므로 이들을 (이성애자들과) 똑같이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015년 11월 한국에 “인종차별이나 성적지향,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이날 ‘차별 금지법 제정 촉구’ 등을 포함한 10대 인권과제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발표한 10대 인권과제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인권보장 강화 △양극화 해소 △인권선진국 도약을 위한 인프라 구축 △취약계층 인권보장 강화 △기업의 인권경영 확대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의 노동·정보인권 보호 강화 △자유권적 기본권 보장 강화 △인권친화 병영문화 정착 △환경권 강화 △북한인권 개선 추진 등이다.
제16대 대통령 때에는 국가보안법이나 사형제 등 민주화 이후 현안 과제였던 법제 개선에 초점을 뒀고, 17·18대에는 여성·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과제 제시에 주안점을 뒀다. 올해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문제 대응이라는 2대 과제에 주안점을 두면서 기업과 인권, 군 인권, 유해물질로부터 보호와 같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관심 둬야 하는 주제를 앞세웠다.
안 사무총장은 “인권위가 제시한 인권과제가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돼 인권존중과 사회통합의 가치를 함께 아우르는 성숙한 민주사회가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