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첫 상업 영화 주역 “굉장한 기회”
흔들리지 않고 의지대로 걸어가는 배우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장수생 정봉이, 독립영화계의 라이징 스타 안재홍이 첫 상업영화 주인공으로 나섰다. 누군가는 ‘다시 코미디 연기이냐?’고 반문 할 수 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면 안재홍이 왜 이 작품으로 첫 상업영화의 주연에 나섰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문현성 감독의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논어보다 해부학, 궁궐보다 사건 현장이 적성에 맞는 특별한 임금 ‘예종’(이선균 분)과 한 번 본 것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비상한 능력을 지닌 신입사관 ‘이서’(안재홍 분)가 실학과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민심을 뒤흔든 소문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활약을 담은 영화이다.
배우 안재홍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안재홍은 “CGV 왕십리에서 ‘임금님의 사건수첩’ 언론 시사회가 잡혀서 그 곳을 걸어 가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생 때 ‘우수 미소지기’에 뽑히기도 하면서 극장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시간들을 맞이하러 간다는 것이 뭉클했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이선균과 투톱 주연으로 나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분량 소화 및 극의 중심을 이끌고 가야 하는 신입사관 이서로 나섰다. 위기의 순간 번뜩이는 재치를 발휘, 의외의 활약을 펼치며 극에 활기를 제공한다.
26일 개봉한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코믹수사활극을 표방하지만, 안재홍이 매력을 느낀 지점은 ‘이서의 성장기’이다. 그는 “이서가 출근하면서 영화가 시작하고 예종이 퇴근하면서 끝난다고 생각했다. 이서가 사건을 겪어나가면서 우직하고 듬직하게 성장한다. 코믹의 의미보다는 인물의 성장 측 확장의 개념으로 이해를 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안재홍의 첫 상업 영화 주역이란 타이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이 읽혔다. ‘대중을 만족시켜야 하는 목표가 분명한 상업영화’에서 큰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이다.
“당연히 걱정이 없을 수가 없죠. 제가 경험도 없으니까요. 이번엔 시작하기 전에 마음가짐도 좀 달랐어요. 많은 자본이 들어갔잖아요. 제 몫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제게도 굉장한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어요.“
욕심은 덜어내되 최대한 본질에 충실하자 마음먹은 안재홍은 “이서라는 캐릭터를 ‘어떤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원래부터 코미디 영화라고 콘셉트를 잡지는 않았었거든요. 유머와 코미디적인 부분들이 곳곳에 잘 녹아있는 영화예요. 웃기려고 계산하고 들어가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오는 코미디를 원했어요. 그래서 이선균 선배랑 더 상황에 몰입했어요. 단순히 코미디적인 요소가 도드라져 보이기보다는 저희 작품을 재미있게 보시길 바랐어요.”
그만큼 영화 속에서 안재홍과 이선균의 케미스트리는 잘 살아있다. 오랜 시간 상대 배우와 호흡을 나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홍상수 감독과의 인연으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 이선균과 함께 동고동락한 몇 개월 간의 시간이 너무나 특별했고 행복했다”고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선배님께서 ’툭‘ 주시면, 저는 잘 반응하면 될 정도로 서로 믿고 움직였어요. 사람간의 관계가 소통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너무 멋있는 선배님이란 생각이 들어요. 후배들에게 강요하거나 하지 않고, 한 사람의 속에 있는 걸 자꾸 끌어내시는 분이세요. 그게 쌓이니까 영화 속에서 쿵짝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선균 선배에게 많이 배웠어요. 책임감에 대해서도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드라마, 영화의 주연을 하며 대중의 신뢰를 쌓은 연기자잖아요. 확실히 시야가 넓고 보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장에서든 시나리오만 보고도 많은 부분을 보고 계시더라고요. 작품에 대해서 정말 대화를 많이 했어요. 촬영 전엔 절대 술도 안 마시고 절제를 잘 하시는 선배입니다. 사람으로서는 정말 멋있다.”
건국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안재홍은 스승인 홍상수 감독 영화 여러 편과 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단편영화 ‘구경’(2009)으로 데뷔해 첫 주연작 ‘1999, 면회’(2012)로 입지를 다진 후 영화 ‘족구왕’(2014)으로 독립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로 봉블리란 별명을 얻게 된 그는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이하 ‘꽃청춘’)에 출연 한 것에 이어 ‘스물’ ‘도리화가’ ‘레드카펫’ ‘위대한 소원’ ‘조작된 도시’ 등에 출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배우 안재홍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안재홍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년 연말엔 윤제문과 함께 박근형 연출의 ‘청춘예찬’이란 연극에 첫 출연하기도 했다. 여러 매체를 넘나들면서 끊임없이 성장중인 안재홍은 “박근형 연출님이 ‘시간이 지나면 연극 경험이 너에게 나이테처럼 남아있을거야’ 란 말을 해주셨다. 그 말이 사실 지금 저에겐 너무 어려운 말인데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분명히 뭔가가 남아있으리라 생각해요”며 눈빛을 빛냈다. 안재홍의 한마디 한마디에선 고뇌하는 철학자의 모습이 보였다. 흔들리지 않고 의지대로 걸어가는 배우의 40대가 궁금해졌다. ‘응팔’의 정봉이와 다른 듯 닮은 모습이다. “영화 속 캐릭터가 이전에 보여준 재밌는 모습과 의외의 모습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보는 편입니다. 좀 더 깊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려면 저 스스로도 자꾸 파보고, 많이 질문하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더 잘 걸어가고, 계속 더 나아가고 싶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