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조작' 서울대 교수 항소심서 집유

실형선고 1심 깨고 집유 2년 선고

△가습기살균제 보고서를 옥시 측에 유리하게 써 준 혐의로 서울대 수의대 조명행(58) 교수./사진=연합뉴스
옥시레킷벤키저(옥시)로부터 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실험 보고서를 회사에 유리하게 작성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명행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보 부장판사)는 조 교수의 수뢰후부정처사 등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조 교수의 증거위조와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대상으로 한 횡령 혐의만 유죄가 됐다. 재판부는 “조 교수가 최종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부당하게 데이터를 누락하거나 결론을 도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조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은 옥시 측에 불리한 내용도 담고 있었으며, 해당 연구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밝히기 위해 추가로 실험할 필요성을 언급한 점 등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재판부는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비 5,600만원을 임의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연구비 목적임을 알렸다면 별도로 돈을 지급했을 것”이라며 유죄로 인정했다.

조 교수는 2012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내용의 실험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대가로 옥시로부터 1,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조 교수는 간질성 폐렴 항목 데이터와 탈이온수 대조군 실험결과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참여위원에게 이를 누락시키도록 지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발생한 인명 피해 사건에서 책임을 부인하는 옥시측의 근거로 활용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내 독성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며 “조 교수의 보고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해 진상 규명이 지연됐고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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