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탈출! 힐링 아지트] 손 끝의 짜릿함, ‘디제잉’ 배워보니

주=‘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데 왜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걸까.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쌓여가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이 일에 치이고 있다. 가끔 지인들과 갖는 술자리가 그들의 유일한 해소 방법이라는 현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직장인들에게도 ‘아지트’가 필요하다.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풀 곳이 절실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서울경제신문 기자들이 각종 아지트를 직접 찾아가봤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힐링’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김흥국의 ‘호랑나비’와 Drake의 ‘Hotline bling’을 비트매칭한 믹스셋
“디제잉의 믹싱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게 곡과 곡의 연결이에요. A라는 트랙과 B라는 트랙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 디제이의 능력이기도 하죠.”

귀 한 쪽에 헤드폰을 쓰고 비트매칭 도전에 나섰다.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로 A 음악이 나가는 동안 헤드폰으로 B 음악을 들으면서 비트매칭을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 A 음악이 나오는 동시에 B 음악을 틀었을 때 마치 한 곡처럼 들리게끔 만드는 과정이다. 곡과 곡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돕기도 한다. 클럽에서 수십 개의 노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첫 도전인 만큼 멜로디를 줄이고 기본 4박자를 크게 틀었다. 조그를 돌려가며 비트를 맞춰보려 했지만 어려웠다. 한 귀로는 스피커 음악을, 다른 귀로는 헤드폰 음악을 들으며 비트매칭을 하는 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A 음악의 ‘쿵’ 소리에 B 음악의 ‘쿵’ 소리를 맞추면 “쿵! 쿵! 쿵! 쿵!”하는 깔끔한 4박자가 들린다. 기자는 디제이들이 흔히 말하는 ‘말타기’ 전문이었다. ‘다그닥’ 거리는 말발굽 소리처럼 A와 B 음악의 엇갈린 박자가 ‘쿵쿠쿵’ 하고 들렸다.

◇디제잉, 열정만큼 는다

20분 가까이 씨름한 끝에 비트매칭에 성공했다. 수 없이 말을 타고 나서야 두 음악의 비트가 맞아 떨어졌다. 쌓였던 스트레스가 쑥하고 내려갈 정도의 쾌감이 느껴진다.

“처음 배우는 분들은 비트매칭에서 많이 헤매세요. 시간도 오래 걸리죠. 한두 달 연습하면 비트매칭에 익숙해집니다. 잘 하는 디제이들은 몇 초 만에 비트매칭을 끝내요.”

비트매칭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창의성 대결. 본격적인 디제잉은 여기서부터다. 자연스럽게 두 곡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얼마나 획기적이고 창의적으로 서로 다른 곡들을 조화해내는가로 디제이의 명성이 갈린다. 트로트와 힙합을 섞거나, 80년대 가요와 요즘 음악을 연결하는 등 그 확장성은 무한하다.

실력은 열정만큼 는다. 아마추어 디제이들이 디제잉 할 수 있는 공간은 예전보다 훨씬 늘었다. 많은 음악을 듣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은 시작한 지 6개월만 되도 무대에 설 수 있다. 이제 막 비트매칭에 성공한 기자도 연말까지 노력하면 사람들 앞에서 디제잉을 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말에 파티하면 꼭 초대할게요. 그 때까지 연습 열심히 하시고 DJ로 데뷔하시죠.”

장 대표가 농담처럼 던진 이 말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전적으로 기자의 열정에 달렸다. 언젠가 DJ 부스에 서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마음속으로 ‘쿵쿵’하는 비트 소리를 따라 부른다.

/정순구·정가람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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