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정규·비정규직 연대 10년 만에 깨졌다

노조 분리 71.7% 찬성률로 가결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조합원에서 제외하고 정규직으로만 노조를 구성하게 됐다.

기아차 노조는 27일과 28일 진행한 비정규직 노조인 사내하청 분회의 분리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71.7%의 찬성(투표율 85.9%)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 5개 지회에서 진행된 이번 총 투표에는 3만1,000여명의 조합원(정규직 2만9,000여명, 비정규직 2,800여명) 중 2만6,7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1만9,15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찬성 결정에 따라 기아차 노조 조합원의 자격은 ‘기아차 내 근무하는 자’에서 ‘기아차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 변경됐다. 앞으로는 정규직을 제외한 사내하청, 식당, 물류사, 협력업체 파견근무자, 판매대리점 근무자 등은 조합원 자격이 없어진다. 하청분회에 속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향후 별도의 노조를 설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는 2007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을 위해 금속노조 경기지부에 있던 비정규직 노조를 사내하청 분회로 편입시켰다. 이후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가 하나의 노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장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이 결정타가 됐다. 법원이 사용자 측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판결에 따라 비조합원 등 4,000여명 전원을 정규직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11월 1,049명만을 특별 채용하는 것으로 사 측과 합의했다. 이에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독자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노조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의 결속력이 와해되고 1사 1노조인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기아차 사측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아무래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장을 따로 판단해도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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