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살짝 밀기만 해서 위치만 바꿔. 딱 한 번만 뒤집어야 고기가 맛있어.” 동석한 미식가는 함부로 고기 만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저 비싼 고기가 타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에 자꾸 집게만 만지작거리다 이내 그의 눈빛이 살짝 끄덕거리며 ‘OK’ 신호를 보낸 다음에야 고기를 구워 먹는 4단계(올리고→뒤집고→자르고→먹는다)의 핵심, 뒤집기에 나섰다. 하이라이트는 잘 익은 고기를 입에 넣고 한 번, 두 번째까지 씹는 순간이었다. 육즙이 혀 아래 곳곳으로 파고들 때, 그 찰나에 모든 근심 걱정은 사라지고 세상에는 오롯이 나와 고기만 있을 뿐이다.
|
장동선 양수면옥 대표는 “매일 전남 장흥에서 도축한 한우 암소를 받아오기 때문에 고기가 확실히 다르다”며 “조금 비싸다는 걸 알지만 맛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 말대로 이 집 꽃등심 1인분(130g)은 4만5,000원. 가격은 만만하지 않지만 맛은 제값을 했다.
자리가 끝나갈 때쯤 큼지막한 두부가 인상적인 청국장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고기 먹는 날, 밥은 먹지 말자’는 기만적인 다이어트 법칙에 따라 딱 한 수저만 뜨려 했지만, 그 진한 풍미에 인간은 역시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며 완벽히 무장해제.
밥 한 톨까지 싹싹 비벼 먹었다. 훗날 양수면옥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살피다 여기가 청국장으로 유명한 집이라는 걸 알았다. 소문대로다.
|
/일산=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