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인사 논공행상 창구..."일없이 부처 시어머니로 군림하나"

■'정부 위에 위원회'...옥상옥 행정 부활하나
인수위 없이 대통령 업무 수행
부처 조직개편 어려워 대거 신설
의견 수렴 통한 협치 장점 있지만
권한 집중으로 행정부 역할 축소

보궐 성격의 19대 대선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다. 곧바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는 부처 조직개편을 시행하고 내각을 구성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위원회를 대거 신설하는 데도 이런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물론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명분을 위원회에서 구체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위원회를 통해 정권 초의 국정철학을 기획하고 밀도 있게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실현이 어려운 정부 조직개편보다 위원회에 힘을 실어 국정과제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협치가 원활해지고 부처 칸막이라는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관보다 힘이 센 위원장이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등 자칫 무소불위 위원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공약집에서 신설을 약속한 위원회들은 모두 후보들의 핵심 국정과제다.


문 후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산을 위한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가칭)’를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는 공약집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 규명 및 보충수사를 하겠다”며 “부정축재 재산의 국가 귀속 추진 등 후속조치 및 관련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독립적인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가칭)’ 설립도 약속했다. 민간에 대한 공직자의 부정청탁 규제,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와 함께 불공정거래 행위 등 경제범죄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문 후보가 내세운 위원회 중 하이라이트다.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범정부 부처를 아우른다. 문 후보는 “재벌의 불공정한 갑질과 솜방망이 처벌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와 함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검찰총장 인사도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교육정책에 대한 독립적 심의·의결기구로 교원, 학부모, 교육정책 관련 단체, 여야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교육지원처를 두고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정부조직법까지 개정하겠다는 실천계획을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 밑에는 직업교육정책위원회와 평생교육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경제 민주화를 약속한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역할 재정립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반면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민청년구난위원회’ 한 개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하는 데 그쳤다. 신설 기구까지 확대해도 ‘동북아대기질국제협력기구’에 불과하다. 문 후보는 조세재정 개혁을 위한 특별기구, 한국형 사회적 대화 기구, 농어업특별기구, 미세먼지특별기구 등 네 개의 기구 신설을 약속했다.

유력 후보들이 상당히 많은 위원회 카드를 꺼내자 정부 안팎의 우려도 크다. 차기 정부의 위원회 신설 남발과 권한 집중이 상대적으로 행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예산 편중 등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설되는 위원회 수장에 대통령 측근이 대거 포진하는 등 대선에 공헌한 캠프 인사들의 자리 챙겨주기 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가 잘 굴러가면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협치의 거버넌스를 잘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역대 정부처럼 하는 일 없이 예산만 축내면서 부처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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