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협치가 원활해지고 부처 칸막이라는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관보다 힘이 센 위원장이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등 자칫 무소불위 위원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공약집에서 신설을 약속한 위원회들은 모두 후보들의 핵심 국정과제다.
문 후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산을 위한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가칭)’를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는 공약집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 규명 및 보충수사를 하겠다”며 “부정축재 재산의 국가 귀속 추진 등 후속조치 및 관련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독립적인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가칭)’ 설립도 약속했다. 민간에 대한 공직자의 부정청탁 규제,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와 함께 불공정거래 행위 등 경제범죄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문 후보가 내세운 위원회 중 하이라이트다.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범정부 부처를 아우른다. 문 후보는 “재벌의 불공정한 갑질과 솜방망이 처벌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와 함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검찰총장 인사도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교육정책에 대한 독립적 심의·의결기구로 교원, 학부모, 교육정책 관련 단체, 여야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교육지원처를 두고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정부조직법까지 개정하겠다는 실천계획을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 밑에는 직업교육정책위원회와 평생교육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경제 민주화를 약속한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역할 재정립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반면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민청년구난위원회’ 한 개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하는 데 그쳤다. 신설 기구까지 확대해도 ‘동북아대기질국제협력기구’에 불과하다. 문 후보는 조세재정 개혁을 위한 특별기구, 한국형 사회적 대화 기구, 농어업특별기구, 미세먼지특별기구 등 네 개의 기구 신설을 약속했다.
유력 후보들이 상당히 많은 위원회 카드를 꺼내자 정부 안팎의 우려도 크다. 차기 정부의 위원회 신설 남발과 권한 집중이 상대적으로 행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예산 편중 등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설되는 위원회 수장에 대통령 측근이 대거 포진하는 등 대선에 공헌한 캠프 인사들의 자리 챙겨주기 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가 잘 굴러가면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협치의 거버넌스를 잘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역대 정부처럼 하는 일 없이 예산만 축내면서 부처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