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이은재(왼쪽부터), 김학용, 김성태 의원이 28일 3자 단일화 촉구를 위한 조찬모임을 마치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이은재 의원이 바른정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탈당한 가운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바른정당 홍문표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으면”이라는 전제와 함께 “오늘이나 내일 사이에 (탈당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언급한 ‘더 이상의 진전’은 유승민 후보에 대해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3자 단일화에 대한 입장 변화로 풀이된다. 유 후보는 당내의 후보 단일화 요구를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라면서 반발하며 ‘독자 완주’를 분명히 하고 있어 홍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 의원을 포함해 바른정당 소속 약 13명의 의원은 전날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동해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 의원들은 지도부가 유 후보를 직접 만나 후보 단일화파 의원들의 요구를 다시 한 번 전하고, 유 후보 측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주호영 원내대표도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탈당 의사를 밝혔고, 참석 의원들은 지도부에 유 후보의 입장을 들어보자 요구한 만큼 추이를 더 지켜보자면서 당장의 탈당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을 제외하고도 참석의원들 가운데 2~3명의 의원이 탈당 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른정당으로 빠져나간 뒤에도 한국당이 당협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과 한국당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당이 탈당을 고심 중인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탈당해 복당하려면 대선전에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가 유 후보를 만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사를 다시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단일화파 의원들이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할 경우 추가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탈당을 하지 않더라도 당에 남아 홍 후보나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후보 측에 합류한 김종인 공동정부준비위원장이 ‘공동정부’ 구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바른정당 후보단일화파와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당내 경선절차를 통해 선출한 후보에게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사실상 자진 사퇴를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에게 지지율이 낮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전제로 한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이 표방한 ‘새로운 보수’, ‘건전한 보수’ 등 창당 정신과도 거리가 멀고, 향후 당의 진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 후보뿐 아니라 홍 후보, 안 후보 모두 3자 단일화에 대해 반대를 분명히 해 3자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 후보와 홍 후보 간, 유 후보와 안 후보 간 양자 단일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3자 후보 단일화를 탈당을 위한 빌미로 삼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당장 탈당하지 않더라도 대선 이후 ‘사면초가’ 상태에 처할 것을 우려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