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택시기사가 개인기사 입니까”

택시 진상 승객 끊이지 않아
작년 공공운송기사 폭행 3,005건

서울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 /연합뉴스
택시기사 김영달(51)씨는 늦은 시간에 남녀 한 쌍을 태우길 꺼린다. 밤늦은 시간에 연인을 손님으로 받았다가 난처했던 경험 때문이다. 당시 뒷좌석에 앉은 남녀는 마치 자기 집처럼 과감한 애정행각을 벌였다. 김씨는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모른 척 앞만 보고 운전했다”며 “뭐라고 제지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내가 손님들 눈치를 보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전했다.

택시기사를 마치 개인 운전기사처럼 대하고 택시를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 물의를 일으키는 ‘진상 승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택시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과 달리 폐쇄된 공간인 탓에 매너를 잊는 경우가 잦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만난 택시기사들은 하나같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해 옷을 벗는 경우는 허다하고 큰 소리로 전화하거나 손님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많다. 택시기사 이장성(56)씨는 “택시 안에서 갑자기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 때문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택시에서 담배 냄새가 나면 다른 손님들이 좋아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왜 택시에서는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순히 불편함을 끼치는 행위를 넘어 택시기사를 마치 개인 운전기사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시장에서 장을 볼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거나 짐을 집까지 옮겨달라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혼자 밥 먹기 싫다며 막무가내로 같이 밥 먹자고 떼를 쓰는 승객들도 있다. 택시기사 이창수(62)씨는 “요금도 내지 않고 내리면서 쇼핑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허탕을 치지 않으려면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콜택시 기사들은 ‘노쇼’로 골머리를 앓는다. 카카오택시 콜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기사 심형식(42)씨는 “호출을 받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화장실에 있다면서 30분을 기다리게 하는 손님들도 있다. 조금만 택시기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택시기사들에 대한 폭행은 최근 줄어드는 추세기는 하지만 여전히 연간 3,000건을 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와 택시 등 공공운송기사 폭행 건수는 3,005건에 달한다. 택시기사 이용철(49)씨는 “택시기사도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일 뿐”이라며 “기사들이 고쳐야 할 것도 많지만 택시기사를 대하는 시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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