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 어린이집 코앞서 뻐끔뻐끔..."왜 나만 단속" 욕설

<1> 남 아랑곳 않는 흡연습관
5년째 지정 강남대로
알면서도 곳곳 흡연
평일 1시간 4건 적발
반성커녕 실랑이 일쑤

서울 서초구 단속반원들이 지난 3일 강남대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남성을 적발해 위반사실을 고지하고 있다. /박우인기자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대로의 한 빌딩 앞. 경비 복장을 한 40대 중년 남성이 금연구역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초구청 소속 단속반이 규정 위반을 고지한 뒤 과태료 5만원을 부과했다. 이 남성은 “건물 전체가 금연이라 흡연이 안 되는 줄은 알았는데 담배 피울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서초구청 단속반과 동행한 이날 비교적 한산했던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흡연자 4명이 적발됐다. 1일부터 강남대로 한남IC~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앞 5㎞ 중 흡연 가능한 3.2㎞ 구간을 추가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뒤 나선 세 번째 단속이었다. 강남대로는 5년 전인 2012년부터 금연거리로 지정돼 대부분의 사람이 금연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는 여전했다. 길거리에 걸린 금연현수막이나 바닥표시도 소용이 없었다. 실제 서초구청에 다르면 강남대로 흡연단속 실적은 2015년 1만4,664건에서 지난해 1만7,191건으로 17% 늘어났다.

흡연단속에 나선 단속반도 흡연자들과의 실랑이가 고역이라고 털어놓았다. 채희선 단속반원은 “주로 야간단속 때 적발되는 흡연자들이 많은데 술에 취한 사람이 많아 종종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한다”며 “얼마 전에는 술에 취해 금연지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20대 여성이 야간단속반을 치한으로 오해해 신발까지 벗고 달아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단속에 걸린 흡연자들은 반성은커녕 구청에 찾아와 갖은 욕설과 고성으로 민원을 넣기도 한다. 윤상원 서초구 보건소 건강정책과 금연관리팀장은 “단속된 흡연자들이 구청으로 찾아와 왜 자기만 단속했느냐고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충분한 계도기간을 거쳐 금연정책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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