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와 피코그램이 ‘W정수기’를 개발하면서 작성한 계약서. 제7조 4항에 따르면 바디프랜드의 독점판매권은 국내 홈쇼핑 채널에만 국한됐다.
납품업체인 피코그램이 바디프랜드의 ‘W정수기’ 독점판매권을 어기고 이마트 공급과 해외 수출을 추진하려 했다는 바디프랜드의 주장 역시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바디프랜드는 피코그램이 2015년부터 독점판매권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W정수기의 특허와 디자인을 침해했고, 개발비가 361억원이 들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왔다. ※관련기사 2017년 4월19·24일자 16면 참조
2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바디프랜드-피코그램 계약서에 따르면 양사는 W정수기의 2년간(2014년6월~2016년5월) 독점판매권을 바디프랜드에 부여하면서 독점권 범위와 관련, ‘피코그램 소유의 EASY필터 교체시스템을 적용한 카운터탑 정수기 제품에 대해 (중략) 국내 홈쇼핑채널을 통해 판매되지 않도록 한다’(제7조 4항)라고 명시했다. 이는 피코그램이 국내 홈쇼핑채널 이외 유통망에 같은 방식의 유사 정수기를 팔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한 것이다. 계약서 제7조1항에는 바디프랜드의 W정수기 독점판매권한이 적시돼 있지만, 오직 W정수기만 해당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 바디프랜드는 독점판매권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피코그램이 해외 수출과 더불어 이마트 등 국내 기업에 납품을 시도해 계약을 어겼다며 맹비난해왔다. 더 나아가 바디프랜드는 2015년 11월6일 ‘피코그램이 W정수기 특허를 도용하고, 금형을 불법적으로 사용하였으며,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이고, 이를 판매하는 행위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려는 대기업의 횡포’라는 취지의 문서를 이마트에 보내 피코그램의 납품을 방해했다. 피코그램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합의한 대로 국내 홈쇼핑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하려고 한 적이 없다”며 “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하려고 했으나 바디프랜드의 방해로 인해 납품 계약들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특히 바디프랜드의 조직적인 언론 홍보 내용과 달리 W정수기 수출은 처음부터 피코그램이 맡기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피코그램이 법원에 제출한 바디프랜드 J이사와 피코그램 B상무의 녹취록에는 W정수기의 국내 판매는 바디프랜드가, 해외 판매는 피코그램이 맡는다는 내용의 대화가 기록돼 있다.
당시 J이사는 국내와 해외 시장을 나눠 정수기를 판매하기로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안마의자의 수출 판매가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정수기 수출도 하고 싶어졌다는 속내를 밝히고 있다. 바디프랜드의 이같은 요청에 따라 피코그램은 중국과 일본 수출을 바디프랜드에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피코그램 관계자는 “해외 판매는 우리가, 국내 판매는 바디프랜드가 하기로 했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W정수기 판매권은 독점적으로 피코그램에 있다”며 “다만 중국과 일본 시장에는 바디프랜드의 안마의자 시장이 있고 그들이 그 시장에 정수기를 팔 것이라고 했었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 수출은 우리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바디프랜드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수출하는 것까지 특허 침해라며 수출하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는 “계약서의 제7조 1항에서 국내 전체적 독점판매를 규정한 이후에 4항을 통해 그 중 특히 홈쇼핑 항목을 강조한 의미”라며 “홈쇼핑 채널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해외 판매의 경우 상호 협의를 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이 있음에도 피코그램이 협의를 거치지 않고 몰래 판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