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왼쪽부터) 미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내각의 장관 4명이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턴호텔에서 열린 밀컨글로벌콘퍼런스에 이례적으로 동시 출격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밀컨글로벌콘퍼런스·블룸버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장관 4명이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글로벌콘퍼런스(Milken institute global conference)’에 동시 출격해 ‘트럼프노믹스’를 띄우기 위한 총력전을 폈다. 감세정책 등 트럼프 정책의 경기부양 효과 등을 강조하며 트럼프노믹스가 일으키는 논란과 불안을 잠재우고 정책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콘퍼런스에 참가한 투자 대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일었다. 1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턴호텔에서 ‘의미 있는 삶을 만들자’는 주제로 열린 제20회 밀컨글로벌콘퍼런스 첫 세션에 참석한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로 “미국 경제가 3%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감세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였던 므누신 장관은 재무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사실상 폐지하는 법 개정 절차를 밟으면서 금융주가 크게 오른 것을 염두에 둔 듯 IB와 증권사, 헤지펀드 관계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내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과의 좌담에서 “그동안 미국 경제 성장률이 2.0~2.5%에 묶여 있어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규제를 혁파해나가면 경기부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므누신 장관이 발표한 감세정책에 대해 “연내 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백명의 투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좌담에서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수년 동안 알아왔는데 그의 협상 능력에 탄복했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서 우리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합리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도 “인프라 투자의 구체적인 계획 중 일부는 이달 안에 발표될 것”이라며 “도로나 다리 건설 사업에서 허가기간이 기존보다 대폭 단축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오 장관은 인프라 투자의 인허가 속도가 빨라지면 사업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민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내각 장관들의 잇단 낙관론에도 불구, 콘퍼런스에 참가한 거물 투자가들은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주식시장을 보면 낙관론이 엄청나지만 지정학적 위기는 진정한 위협”이라며 “어떻게 이렇게 모순되는 상황들을 한데 가지고 있으면서 이 모든 신호를 낙관론이 압도하고 있는지가 수수께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이제는 (트럼프 정부 초반에 비해) 투자자들이 실제로 무엇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신중해졌다”며 “선거가 끝난 뒤 존재하던 확신들이 옅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소 다로 일본 경제부총리가 콘퍼런스의 비공개 세션에 이례적으로 참석, 미국의 주요 금융·기업계 인사들과 교류해 눈길을 끌었다. 아소 부총리는 전날 미국을 방문해 므누신 장관 등과도 비공식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져 미일 간 외환·무역정책 등의 조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