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반도 위기설의 여진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5월 들어 북핵 협상론이 급격히 대두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물론 “상황이 적절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내걸었지만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다. 무력시위와 함께 미중 무역을 고리로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생명줄’을 바짝 당기는 ‘최대의 압박’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 시 협상할 수 있다는 ‘관여’가 골자다.
지난 4월 내내 한반도 위기설을 고조시킬 정도로 ‘최대의 압박’에 집중해오던 트럼프 행정부가 4월 말 이후 점차 ‘관여(협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대화의 분위기는 미국뿐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왕이 외교부장 등이 대화 해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최근 환구시보는 ‘채찍보다 당근’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북한도 도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6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이 계속 유예되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협상을 제안한다고 해서 북미 협상이 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대화의 전제조건을 둘러싸고 앞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북미 직접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대해 우리와 논의할 준비를 한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그는 “올바른 의제는 단순히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의제가 그랬다”고도 덧붙였다. 즉 틸러슨 장관은 ‘핵 동결’이 아니라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게 직접대화의 조건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제시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조건이 바닥에 깔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폐기를 조건으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 포기에 체제보장으로 답했던 2005년 6자회담 합의(9·19 공동선언) 당시보다 지금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은 훨씬 진전됐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 폐기를 조건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실험 중지 등 도발 중단 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상대적으로 쉬운 과제를 1차적인 목표로 해서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의식 선임기자 이수민기자 miracl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