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서버 저장용량이 폭증하고 스마트폰 ‘플래그십’ 경쟁에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한 것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력 산업들은 점점 더 고용량의 메모리반도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동종업계보다 1년가량 앞서 있어 삼성의 메모리반도체는 시장에서 차별화된 대우를 받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가파른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텔을 넘어설 정도에 이른 것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D램의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 1·4분기 3.82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5% 올랐다. 지난 분기보다도 26% 이상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했다. 낸드 가격도 지난 1·4분기 평균 거래 가격이 3.79달러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올랐다.
IC인사이츠는 올 상반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겠지만 반도체 시장은 꾸준히 팽창할 것으로 예측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은 39%, 낸드는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올 2·4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액은 149억4,000만달러(약 16조9,000억여원)로 전망됐다. 이는 인텔의 같은 기간 매출액 추정치인 144억달러(16조3,000억여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 성장이 조사기관들의 예측대로 이뤄진다면 삼성과 인텔 모두 올해 약 600억달러(약 68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 매출 기준으로 삼성이 인텔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덩치(매출)만 불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용(영업이익)이 좋아지는 것도 메모리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삼성전자는 1·4분기에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으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반도체 부문에서만 6조3,000억원을 벌었다. 10나노대 공정까지 진화시킨 D램의 영업이익률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D램 시장에서 삼성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는 SK하이닉스 역시 비수기인 1·4분기에 2조4,676억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39%)을 기록하며 연간 10조원 흑자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선두주자들은 늘어난 이익을 발판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인텔이나 퀄컴 등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분야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화성에 10나노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기존 11라인 일부를 활용해 정보기술(IT) 기기뿐 아니라 자동차 등으로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는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라인을 짓는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