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훔쳐보기]文-沈 대결…2002년 노무현-권영길 신경전 판박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상승세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대결을 격화시키고 있다. 홍 후보의 상승세에 놀라 정의당 지지층까지 끌어들이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펼쳐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대결을 다시 보는 듯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 후보는 2일 대선주자 TV 토론회에서 문 후보의 소극적인 복지 정책을 비판하며 “저와 문 후보 간 정책 방향이 같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르다. 국가 비전 차이는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는 “정의당에서는 이상적인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수권 정당으로서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공약할 수 없다”고 되받았다.


공교롭게도 이는 2002년 대선에서 벌어진 신경전과 대단히 유사하다. 진보정당 후보인 권 후보는 “시장경제 지상주의자인 노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지지 기반이 어떻게 겹치겠느냐”며 “노 후보는 진보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차이는 샛강이지만 저와 노무현 후보의 차이는 한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 심 후보는 진보정당 대선 후보 최초로 1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2년에도 권 후보는 한때 대단한 기세를 나타내다 레이스 막판, 특히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무너졌다. 일부 권 후보 지지자들이 이회창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노 후보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특히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가 노 후보와의 단일화를 파기하자 권 후보 지지층 일부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권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3.9%를 득표했다. 심 후보의 이번 득표율 또한 ‘홍준표로의 보수층 결집’이라는 외부변수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심 후보는 이날 춘천 유세에서 “심상정이 받는 지지율만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갈 것”이라며 “지지율만큼 청년의 삶의 달라질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