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관객들의 기대감 속에 지난달 막을 올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는 라라랜드의 마지막 시퀀스 같은 강렬함과 압축의 미학이 없다. 영상과 무대예술이라는 전혀 다른 두 장르를 동일 선상에 두는 게 무리일 순 있다. 그러나 무대 예술 역시 길고 긴 한 사람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마저 압축적이면서도 납득 가능한 스토리로 뽑아내는 것이 연출과 작가(각색)의 역량이라는 점에선 영화와 다르지 않다.
스토리는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미국 아이오와주의 시골 마을 매디슨 카운티에 로즈먼 다리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찾아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배우 박은태)가 무료한 시골 생활에 권태감을 느끼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전업주부 프란체스카(배우 옥주현)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확인하지만 결국 프란체스카가 가정을 지키기로 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는 얘기다. 영화로 국내에 가장 먼저 알려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결혼한 한 여인이 중년에 이르러 일생일대의 인연을 만나는 스토리가 중년의 관객들에게 통하면서 대성공을 거뒀고 이후 책도 숱하게 팔렸다.
다시 만나기로 했던 두 사람이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눈을 마주치지만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장면 이후 이 작품은 압축의 미학을 완전히 잊은듯했다. 자녀의 졸업식부터, 결혼식, 남편의 장례식까지 시간의 흐름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지루함을 자아냈다.
영화의 흥행을 바탕으로 국내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열풍이 불었던 게 이미 20년 전이다. 만약 이 작품이 향후 국내에서 재연의 기회를 얻는다면 시대의 감성과 눈높이에 맞는 각색, 새로운 방식의 연출이 필요해 보인다. 6월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