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제회가 올해 인도·칠레 등 신흥국 국공채, 인프라 등에 총 5,300억 원을 신규로 투자한다. 경찰공제회가 신흥국 국공채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경찰공제회는 설립 이후 처음 한국투자증권·삼성자산운용 등을 거친 민간 출신 이도윤 금융투자이사(CIO)를 영입하며 인도·칠레 등의 신흥국 우량 국공채에 약 200억~300억 원 투자하기로 했다. 그 동안 경찰공제회는 신흥국의 리스크를 따지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공채에 투자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투자하는 신흥국 우량 국공채는 중남미 국가의 신용등급을 기초로 발행하지만 달러로 표시하는 ‘소버린 채권’으로 환헤지 부담이 적다. 이 이사는 “같은 중남미 중에서도 브라질 등 변동성이 심한 국가의 채권은 제외했고 구조화하지 않은 일반 채권 중 옥석을 가려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단 운용은 직접 하지 않고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동안 경찰공제회는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이 전체의 4.7%(2016년 말 기준)에 그칠 정도로 적었다.
반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발전소, 도로 건설 등의 인프라 대체투자는 당분간 직접 나서지 않기로 했다. 수익률이 높아 공제회들이 앞다퉈 도전한 해외 대체투자의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공제회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지난 2014년 말 10.8%에서 지난해 말 4.9%로 채권수익률(5.9%)에도 못 미쳤다. 경찰공제회는 최근 미국 뉴멕시코 화력발전소 지분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적은 인원으로 해외 인프라에 직접 투자해 관리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앞으로는 국내 인프라 투자전문운용사를 통해 해외 인프라 투자전문운용사를 거쳐 투자 대상을 고를 계획이다.
전체적인 대체투자 비중은 50% 이상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2014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경찰공제회는 채권 투자가 52.6%에서 39.1%로 줄고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은 42.1%에서 47.2%로 늘었다.
경찰공제회에 장기간 손실을 끼친 부동산 시행사업은 옥석을 가려 정리한다. 경찰공제회를 비롯한 공제회들은 2010년 이후 분양시장에서 직접 시행사 지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다른 공제회처럼 건설사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고 별도 사업 부문으로 분리하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사업성을 놓치면서 미분양이 발생했고 분양하더라도 입주 시점까지 중도금과 잔금이 들어오지 않는 등 부실이 끊이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투자한 부동산 투자 10건 대부분이 손실을 봤다. 이 중 손실을 줄여 투자 회수가 가능한 프로젝트는 계속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평택 용인 e편한세상은 경찰공제회가 2006년 2년을 예상하고 투자했다가 10년 넘게 묶인 프로젝트다. 최근 80% 분양에 성공하며 원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