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산악인, 에베레스트서 잠들다

'최고령 등정' 꿈꿔온 셰르찬씨

네팔 산악인 민 바하두르 세르찬./사진=페이스북
세계 최고봉·최고령 등정 기록를 경신한다는 목표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86세의 산악인이 고지를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났다.

7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 86세인 네팔 산악인 민바하두르 셰르찬은 전날 오후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베이스캠프에 머물던 중 숨졌다. 사망 원인은 자세히 전해지지 않았다.

셰르찬은 지난 3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올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최고령 등정 기록을 탈환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셰르찬은 2008년 5월 76세 나이로 세계 최고봉인 8,848m 에베레스트에 올라 최고령 등정자로 기록됐지만 일본 산악인 미우라 유이치로가 80세의 나이로 2013년 5월 등정에 성공하면서 기록을 빼앗겼다.

셰르찬은 2015년 기록 탈환을 계획했으나 그해 4월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


당시 7,8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대지진 때문에 에베레스트도 큰 눈사태를 겪으며 등반 환경이 불안해졌다.

셰르찬은 지난달 에베레스트로 떠나기 전 AP통신 인터뷰에서 최고령 등반을 마친 뒤 유명해져서 세계를 돌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등반 전에 수개월 동안 훈련하는 과정에서 호흡에 문제가 없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셰르찬은 1931년 네팔 미아그디에서 태어났다. 고산지대에서 나고 자라 산소 흡입이 어려워지는 고산 질환을 전혀 겪지 않는다는 게 그의 장점이었다. 그는 73세이던 2003년 이미 에베레스트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훈련을 위해 네팔 전역을 걸은 거리가 1,200㎞에 달한다고 dpa통신은 보도했다.

셰르찬은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열린 3월 기자회견 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에베레스트만 생각하면 16세가 된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도전에 나선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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