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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강원도 일대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대형 화재가 잇따랐지만 국가 재난 대책 시스템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또다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선 기간과 황금 연휴가 겹치면서 재난 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일 강원도 강릉·삼척 등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민안전처는 어떤 재난문자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처에서는 지난 6일 오후 4시 4분께 강원 고성·양양·속초·삼척·동해 등 건조경보가 내려진 지역에 “입산 시 화기 소지 및 폐기물소각금지 등 화재 주의” 내용을 담은 문자를 마지막으로 화재와 관련해 재난안전문자도 발송하지 않았다.
긴급재난문자전송서비스(CBS)는 재난·재해 발생 예상지역과 재난 발생지역 주변에 있는 국민에게 재난정보 및 행동요령 등을 신속히 전파하는 대국민 재난문자 서비스다. 문자송출 기준은 태풍, 호우, 홍수, 대설, 지진해일, 폭풍해일, 강풍, 풍랑 등 기상특보 발령 시와 산불, 산사태, 교통통제 등 필요시다.
문자송출 기준에 버젓이 ‘산불’이 적혀 있지만, 국민 목숨을 위한 ‘문자음’은 울리지 않았다. 이에 인근 시민들은 실시간 뉴스 속보 등을 통해 알음알음 상황을 물으며 판단해야 했다. 물론 지자체나 기상청,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기관에서도 긴급재난문자 송출요청을 하면 문자송출이 가능하지만, 어느 기관에서도 안전처에 이를 요청하지 않았다. 특히 공공기관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도 조용했다. 국민안전처나 산림청 페이스북 계정에는 아무런 소식도 올라오지 않았다. 강원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산불 발생 5시간여 만에 산불 소식이 올라온 정도다.
신원섭 산림청장이 7일 오전 강릉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강릉과 삼척, 상주 산불과 관련한 피해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문자 미발송과 관련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강릉이나 강원도에서 재난문자를 요청하지 않아 발송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자를 발송하면 실제 피해 지역에만 발송되는 게 아니라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다수에게도 발송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이와 관련해 강원도 관계자는 이번 강릉 산불은 ‘대형산불’이 아니어서 문자송출이 애매했다고 답했다. 대형산불 기준이 100㏊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을별로 방송도 하고 아파트별로 방송도 하는 등 산불 소식을 알렸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SNS나 포털에 실시간으로 올라온 글을 보면 당시 도심 주민들은 산불 소식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도 관계자 역시 대형산불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에 “대형산불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요즘 매일 전국에서 20건 이상의 산불이 나고 발생 초기에 피해면적이 10㏊가 될지, 100㏊가 될지 알 수 없는데 일일이 재난문자를 다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3시 27분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야산에서 시작된 이 불은 건조한 날씨와 초속 20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을 타고 현재까지 민가 30여채와 50㏊(추정치)의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