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인 독일에서 스마트 공장 분야 전문가로 제조업 혁신을 이끄는 데틀레프 쥘케(사진) 독일 연방지능연구소(DFKI) 소장은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독일은 중소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국에 11곳의 ‘인더스트리4.0경쟁력센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쥘케 소장은 오는 23일부터 사흘 동안 ‘The Next Korea:Soft Infra for Next Engine(미래 한국:새로운 성장엔진을 위한 소프트 인프라)’을 주제로 열리는 ‘서울포럼 2017’에서 독일의 4차 산업혁명 전략과 앞선 경험을 강연할 예정이다.
쥘케 소장은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부사장을 지낸 뒤 스마트 공장 기술을 연구하는 ‘스마트팩토리KL’을 창립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인더스트리4.0’ 정책의 산파 중 한 명이다. 그는 “인더스트리4.0은 모든 비즈니스 과정이 전반적으로 디지털로 전환하는 하나의 축(pillar)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을 아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기존 산업발전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다만 이 변화의 흐름이 완결된 뒤에는 산업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는 만큼 꾸준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11년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한 ‘인더스트리4.0’ 정책을 발표한 이래 생산비용은 최소화하고 품질을 극대화한 스마트 공장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제조업의 부흥을 일궈냈다.
독일은 특히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법과 제도 등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쥘케 소장은 “독일 정부는 AI가 가져올 새로운 문제에 대응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법적 영향력을 다루는 실무조직과 윤리위원회 등을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인더스트리4.0’을 추진할 때 독일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은 제조공정을 디지털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거부감이 상당했다. 쥘케 소장은 “당시 정부는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득하며 구체적인 도움을 줬다”며 “기술이 아직 초창기에 있는 만큼 기술발달에 발맞춰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인더스트리4.0’을 주창한 지 올해로 7년째 접어든다. 지난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쥘케 소장은 현재 제조업의 핵심 가치가 ‘비용절감을 위한 대량생산’에서 ‘대량 맞춤생산’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 중심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아디다스 스피드 공장’에서는 이 두 가지 신기술을 접목해 개인별 맞춤형 신발을 자동으로 만든다. 한 생산시설에서 같은 종류의 신발을 대량으로 찍어내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생산성이나 원가가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개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쥘케 소장은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추려면 자동화 기술은 물론 제품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며 “강력한 통신망과 서버를 기반으로 한 IoT의 영향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의 핵심은 점차 ‘비용’에서 ‘배송시간’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람들이 마우스를 클릭해 맞춤형 제품을 주문할 때는 그 제품이 컨테이너선에 실려 6주 만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내일 배송되기를 기대한다”며 “AI 기술은 시스템을 더욱 간소화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감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쥘케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식한다면 로봇의 등장이 반드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다만 복잡한 기계를 설계하고 조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받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과거 1~3차와 달리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이는 두려움이 덜하다고 판단했다. 쥘케 소장은 “(선진국은) 좋은 일자리와 새로운 부가 창출되는 경제 번영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개발도상국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