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사 TV아사히는 북한 내 미국통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이 7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미국 측과 협의가 예정된 유럽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측에서는 정부 고위 관리 출신 민간 전문가들이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해당 인사의 이름과 직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번 만남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외에 북미 관계 등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TV아사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조건이 정비되면 북한 측과 대화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만큼 북한이 이번 접촉에서 어떤 요구를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번 협의는 ‘4월 위기’를 충돌 없이 넘긴 미국과 북한이 1.5트랙(북한 현직 관리와 미국 전직 관리 간 반민반관 회의)을 개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일성 국가주석 생일(15일), 군 창건일(25일) 등 대형 이벤트가 몰려있음에도 도발을 삼갔고 그 결과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3월 초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 국장 등을 뉴욕으로 초청해 1.5트랙 협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2월 중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되면서 전격 취소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의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북미 간 1.5트랙 대화 움직임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협의는 지난달 6∼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나라가 처음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하려는 차원에서 이번 대화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고강도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화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한으로서는 한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대한 탐색을 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기 위해 1.5트랙 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