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재상장...현대重 분할 4개사 '독자경영시대'

일렉트릭·건설기계·로보틱스 등
지주사 체제 전환작업도 가속도
각 분야 세계 톱5 도약 기대감

정기선(왼쪽)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전무)과 알리 알하르비 바흐리사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스마트십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양사는 선박 핵심 설비인 엔진과 발전기 등에 대한 원격 진단이 가능한 스마트십을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3개사(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가 10일 각자의 주식 종목코드를 부여받고 증시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달 1일 개별 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이후 증시 거래를 계기로 본격적인 독립경영의 막이 오르는 것이다.

비(非)조선 사업을 떼어낸 현대중공업은 효율화된 조직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 경기 회복세의 훈풍에 올라타겠다는 각오다. 나머지 3개사도 오는 2021년까지 각 분야 글로벌 톱5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재상장으로 분할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그룹 내 계열사 간 지분 이동 등 후속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등 4개사에 대한 주식 거래가 10일 일제히 재개된다.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3개사는 그간 ‘현대중공업’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각자의 사업만으로 냉혹한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됐다.

우선 비조선 사업을 떼어내는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홀가분한 조직 체계를 갖추게 된 현대중공업은 조금씩 되살아나는 글로벌 조선 경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황 개선 속도에 대한 전망에는 온도 차가 있지만 ‘우상향’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우수한 재무 건전성과 기술력으로 업황 회복 초기에 나오는 발주 물량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조선업계가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로 활용하는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내년 발주 전망을 지난해 9월 기존 2,560만CGT에서 최근 2,050만CGT로 낮춰 잡았지만 이는 지난해 발주량 1,115만CGT보다 2배가량 많다. 전망치는 낮췄지만 업황 개선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매출 확대는 제한적이겠지만 지난해 1,050억원 수준이었던 조선 사업 영업이익 규모를 2021년 2조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분할된 비조선 계열사들도 맞춤형 투자 전략을 통해 2021년까지 글로벌 톱5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 덕에 전력 기기와 건설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현대일렉과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구조조정 효과에 힘입어 현대일렉과 현대건설기계 등의 이익 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계열사별 이익 확대 노력과 함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그룹 차원의 작업에도 증시 재상장을 계기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정점에 놓인 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자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현대건설기계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신설 법인이 재상장되는 5월 이후 적절한 시점에 지분을 추가 확보해 지주사 요건을 만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지분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요건 충족에 주어진 기간은 2년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에서 삼호중공업이 보유한 미포조선 지분율 42.3%를 ‘제로(0)’로 만들거나 아예 100%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또 신규 순환출자 문제 해소를 위해 미포조선이 보유하게 된 로보틱스 지분 약 8%를 매각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분 매각에 따른 지주사인 로보틱스에 대한 지배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범현대가(家) 등 지분을 받아 줄 ‘백기사’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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