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 홍보물 /바이두 캡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덕분에 ‘뜻밖의 활력’을 얻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굴기를 지속시키기 위한 수출 활로 전략으로 시작됐고 추진 과정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비롯해 여러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의 보호주의적 정책으로 오히려 일대일로가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표방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SCMP는 평가했다.
시 주석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때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일대일로에 힘을 실어줬으며 1년 후엔 일대일로 사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한 400억달러(약 45조3,400억원) 규모의 기금 설립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100개 이상 국가와 국제기관이 일대일로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 관련해 40여개 국가와 양해각서(MOU) 및 업무협정을 체결했다. 일대일로에는 몽골과 라오스,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등 세계경제포럼(WEF) 기준 기반시설 수준이 하위 40위권에 속하는 국가와 세계 2위 인구 대국 인도 등이 포함돼 있다.
파키스탄의 항구 과다르와 북쪽의 중국 국경선 사이를 수송 경로와 송유관 등으로 개발하는 ‘경제회랑’은 현재 한창 진행 중이며 중국~러시아~몽골 경제회랑 건설 계획도 채택됐다. 신(新)유라시아 대륙교를 구성할 철도 건설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SCMP는 지역 내 많은 저개발 국가들도 기반시설 문제 해결을 돕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약 3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출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 또 1,0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500억달러 규모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 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신개발은행(NDB)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65개국과 세계 인구의 60%, 총생산의 3분의 1을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대일로를 통해 경제·정치·외교에서 일석삼조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자국 기업이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낙후된 서부 지역 발전 촉진과 과잉생산 수출, 새 경제 성장 동력 발굴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부 외교전문가는 일대일로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원하는 중국이 주도하는 신육상·해상 안전 협력 체계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코넬대 산쥔 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관련 지역 내 국제 무역을 촉진하는 대항마로서 일대일로가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 지도자로서 역할을 강화해 미국의 보호주의가 남긴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에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