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스페인에서도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세계 3위의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가 해외 이전 작업을 추진했고 태양광 엔지니어링 기업인 아벤고아도 해외 증시 상장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정으로 영업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주로 남유럽에서 기승을 부렸던 글로벌 기업의 대탈출이 최근에는 영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300년 역사를 가진 영국의 대표 금융기업인 로이드뱅킹그룹은 지난달 본사를 독일 베를린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영업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게 런던 탈출의 이유다. HSBC와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런던의 인력을 줄이고 유럽 본부를 파리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업체들의 ‘런더넥시트(런던 탈출·Londonexit)’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해봐야 할 것은 런던에서 이탈한 금융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한 이웃 나라 도시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크푸르트나 암스테르담·파리·더블린 등 다른 나라 도시들은 영국의 EU 탈퇴 이후 유럽의 새로운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온갖 당근책을 제시하며 기업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제 허브가 되기 위한 도시 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해당 국가에서 규제나 정책 불확실성 등의 조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로 그 나라를 떠난다. 이런 시사점은 10일 출범하는 우리나라 새 정부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오철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