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文 정부 부동산정책]<상> 年 임대주택 17만가구 공급…재원 마련은

'부채 LH·적자 SH'는 여력 없어…민간 참여가 성공 열쇠

“정치·사회적 정서 탓에 새 정부 5년간 주택·부동산 정책 역시 ‘시장’보다는 ‘복지’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연 17만가구의 주택 공급.’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집 중 부동산 분야 정책의 맨 앞줄에 자리 잡은 내용이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점을 ‘주거복지’에 찍은 것이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경영금융실장은 “도시재생 관련 뉴딜 등이 부분적으로는 건설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새 정부 주택정책의 큰 틀은 주거복지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배 늘린 임대, 그린벨트가 핵심 공급원=문 대통령이 캠페인 기간 중 공약으로 내세운 연간 임대주택 17만가구 공급은 규모 면에서 파격적이다. 민간에 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공공지원 임대’ 3만가구를 빼더라도 연간 13만가구에 이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연 7만8,000가구), 이명박 정부(연 9만1,000가구)는 물론 연 10만700가구 수준이었던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물량이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공급한 공공임대 주택 가운데 매입·전세임대 물량을 뺀 순수 건설임대 물량은 7만가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의 건설 임대 물량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임대주택 건설의 핵심 공급원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 그린벨트의 적극 활용 방침을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도시권의 그린벨트 해제 총량 531.5㎢ 가운데 이미 해제된 303.8㎢를 제외하면 약 227.7㎢의 땅이 남아 있다. 이중 수도권에서는 최대 9,450만㎡의 그린벨트를 추가로 풀 수 있다.

건설 임대주택 물량 2배↑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동참 유도해야 실현 가능”




◇문제는 돈…민간 참여에 성패 달렸다=전문가들은 공약의 이행 여부는 재원 확보에 달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대선 공약에 따르면 새 정부 입장에서는 다양한 복지 부문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라며 “주거 부문에만 이를 집중시키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사업주체로 나서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 등 공기업들 역시 현실적으로 여력이 별로 없다. LH만 해도 현재 부채규모가 80조원에 달한다. 임대주택 한 채당 손실이 9,000만원에 달해 가뜩이나 부채 부담이 큰 LH가 추가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SH공사 역시 16조원의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임대주택 공급보다는 민간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경우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년층·신혼부부에 집중

특정계층 수혜집중 논란도



◇특정계층에 수혜 집중…정책 우선순위는 논란=새 정부 서민주거 안정의 핵심 수혜층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다. 당장 연 13만가구씩 짓는 임대주택 가운데 30%인 4만가구는 신혼부부 몫이다. 여기에 저소득층 신혼부부에는 월 10만원씩 2년간 240만원의 주거안정 지원금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공약이다. 대도시 역세권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청년주택 20만실, 월세 30만원 이하의 셰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 5만가구, 대학기숙사 5만실 역시 수혜계층은 젊은 층이다.

하지만 청년층·신혼부부 등 1~2인가구를 주거복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인가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란거리다. 이 때문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청년층에 집중된 주택공급 공약이 정책 수혜대상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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