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개표방송 시청 소감을 밝히고 있다./권욱기자
“이번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무너진 당을 재건한 데 만족하겠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9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8시 문 후보에 크게 밀리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충격에 빠졌다. 상황실 맨 가운데에 앉았던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단 한 번의 움직임 없이 내내 굳은 표정만 지었다.
당원들은 홍 후보가 영남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만큼 발표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TV 화면을 애써 외면했다.
당 관계자들은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30분 전만 해도 대역전의 드라마를 쓸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골든크로스로 갔고 오늘부터 (역전이) 이뤄졌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직자들과 당원들은 발표 20분 전만 해도 “이기는 거 아이가”라며 서로 격려했다.
그러나 오후8시 정각 지도부는 연신 한숨만 내뱉었다. 한 의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당원은 홍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나란히 20%대 득표율을 기록한 데 대해 “둘이 합쳤으면 이기는 건데”라며 단일화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대구경북에서 절반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곳곳에서 짧게 박수를 치기도 했다.
요지부동이던 정 위원장은 20여분 뒤 상황실을 빠져나갔고 당원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일부 지지자들은 “문재인이 탄핵시키면 된다” “이거 100% 조작, 사기야”라며 소란을 피웠다.
홍 후보는 9시15분께 서울 잠실의 자택을 출발,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당직자들과 별도의 장소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10시30분께 상황실로 온 홍 후보는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며 짧게 소회를 밝힌 뒤 빠져나갔다./류호·우영탁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