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선서식이 이례적으로 유연한 경호를 받으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여야 지도부, 당직자, 정부 관계자와 일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박수를 보내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격식과 권위 없는 친근한 모습으로 곳곳에서 “정말 대통령이 온 것이 맞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국회와 대화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국회 본관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의원이 몰렸다. 일부 의원들은 자리가 없어 서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지정석을 마련하지 않아 여야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앉기도 했다. 취임식에 앞서 문 대통령과 면담을 한 정세균 국회의장,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 요인도 자리에 앉아 선서 장면을 지켜봤다.

국민의례를 한 뒤 문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연단에 서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 취임선서를 했다. 감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왼쪽 가슴에는 세월호 배지를 달았지만, 선서 직전에는 배지를 풀기도 했다.

선서 후 대국민 담화문에서 문 대통령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면서 “이 길에 함께 해달라. 신명을 바쳐 일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와 함께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국회 본관을 나와 잔디밭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잔디밭으로 나오자 행사 종료를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의 ‘사진 세례’가 이어졌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높이 들고 문 후보의 사진을 찍으면서 “와! 대통령이다”라고 소리치거나 ‘대통령! 문재인!’을 연호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도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차에 타기 직전에는 한 행사 참석자가 휴대전화를 내밀어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취재진 또한 과거 대통령 행사보다 훨씬 자유롭게 접근 가능했다. ‘비표’를 받지 않은 기자들도 문 대통령 근처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또 보통 대통령 행사장에는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지만, 이날은 통제 범위가 평소보다 좁았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떠날 때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등 여야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나 장관들이 차를 타는 곳까지 몰려들어 그를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꽃다발을 받은 후 차에 탔다. 이후 차를 타고 국회 경내를 한 바퀴 돌며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드는 등 인사를 했다. 국회를 빠져나간 문 대통령은 마포대교를 건너 천천히 청와대로 갔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에 도착하기 전 모두 세 차례 차의 선루프를 열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감사를 표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