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안보위기 타개할 ‘큰 그림’부터 그려라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서 비롯된 안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보 위협은 국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떤 문제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안보가 확보되지 않으면 경제도 사회 존립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최대 현안인 북한의 핵무기는 현재 실전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한미 간에 대북정책을 조율할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 특히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대북정책의 기조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선제공격부터 정상회담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북핵 해법이 정상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긴밀한 공조 채널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대북 억지력 제공에 대한 대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비용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등 ‘청구서’를 슬그머니 들이밀어 우리 정부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취임 이후 가치 중심의 한미 동맹관계가 이익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도 불가피한데 한중 간에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는 상호 이익의 공간마저 좁아지고 있다. 또 일본과는 역사인식 차이와 대북 안보 협력을 놓고 좌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반도 안보위기의 근원지인 북핵 문제는 이제 사안별 대증요법으로 풀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북핵 문제의 최우선 당사자이자 조정자로서 우리 정부가 나름의 플랜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미중 등과 조속히 정상회담에 나서 주변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외교무대 데뷔가 예정돼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안보 위기는 이미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어서 G20 회의까지 미뤄둘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새 정부는 하루빨리 트럼프·시진핑 등과의 일정 조율을 통해 북핵이라는 화약고부터 진정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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