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컨/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규제개혁 특별고문이자 월가의 ‘투자 귀재’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건의 명성이 땅에 떨어졌다. 아이컨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사익을 취한 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감독기관의 조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그가 불과 6개월 사이 2,000억원이 넘는 거래손실을 기록한 사실도 드러나 투자감각마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9일(현지시간) CNN머니 등에 따르면 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등 상원의원 8명은 최근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환경보호청(EPA) 등 3개 감독기관에 서한을 보내 “아이컨이 재생에너지채권(RECs) 시장에서 내부자거래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상충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의회가 감독기관에 공식 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연료 기준이 개정되면서 아이컨이 지분 82%를 보유한 정유사 CVR에너지가 지난 분기에만도 64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트럼프 취임 수개월 전 RECs 시장 하락에 거액을 베팅했으며 아이컨이 규제개혁 고문이 된 후 새 행정부가 재생에너지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막대한 수혜를 누렸다. RECs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비례해 구매해야 하는 채권으로 최근 환경규제가 완화되며 가격이 급락했다.
아이컨은 또 최근 투자실패로 투자자로서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컨이 지난해 대선 무렵 주식거래로 1억7,900만달러(약 2,033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이컨은 지난해 11월 8일께 렌털 업체인 헤르츠글로벌홀딩스 주식 약 1,600만주를 평균 23.78달러에 추가 매입했지만 현재 이 업체 주가가 주당 12.80달러로 떨어져 막대한 손해를 본 상태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