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m Alter의 책 ‘Irresistible’
캐서린 슈라이버와 레슬리 심은 운동 중독 전문가이다. 이들은 기술 진보가 목표 달성에 대한 집착을 높인다고 보고 있다. 슈라이버와 심은 웨어러블 기기를 싫어 한다. 슈라이버는 “웨어러블 기기는 최악이다.”라고 말한다. 심 역시 웨어러블 기기를 가리켜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물건이다.”라고 말한다. 슈라이버는 운동 중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글을 쓰고 있다. 심은 메이요 클리닉의 임상 아동 청소년 심리학자다. 심을 만나는 청소년 환자들 중 상당수가 운동 장애 및 섭식 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다. 사실 이 두 장애는 서로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웨어러블 기기란 전자 컴퓨터 기반 기능을 지닌 의류와 액세서리의 총칭이다. <기네스 세계 기록> 같은 웹사이트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도달해야 할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주지만 웨어러블 기기와는 직접 관련은 없다. 슈라이버와 심이 특히 비판하는 것은 즉석 갱신 되는 피트니스 단위를 제시하는 시계와 트래커들이다.이런 기기들 중에는 목표를 제시하거나 운동 기록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운동량 불변의 기준이 되는 것은 착용자가 하루 동안 걸어 다닌 걸음 수다. 하루 10,000보의 목표를 달성하면 기기는 신호음을 보내 착용자를 격려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이런 신호음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에서 파블로프의 개가 연상된다.
슈라이버와 심은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트래커가 움직이기를 싫어하던 사람들도 운동을 꾸준히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중독 전문가인 이들은 이런 기기들의 위험성 역시 알아채고 있다. 슈라이버는 “숫자에만 집착하다보면 신체의 상태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생각 없이 운동하게 된다. 그것이 중독의 ‘목표’다.”라고 말한다. 이 목표란 판단을 기계에게 맡기고 자동적으로 생각없이 움직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녀 본인 조차도 너무 운동을 많이 해 몸이 피곤한데도 그 점을 무시하고 운동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운동을 하다가 얼마 전 발에 피로 골절이 생기고 말았다. 슈라이버는 중독성 운동 성향을 보이고 있었고, 결국 운동시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숫자는 집착을 낳기 마련이다. 심은 “운동 시에는 모든 것을 계측할 수 있다. 소비한 칼로리, 트랙을 돈 횟수, 달리는 속도, 동작의 반복 횟수, 걸음걸이 수 등 을 말이다. 그리고 ‘어제 3km를 달렸으니까, 오늘도 최소 그만큼은 달려야 해’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된다. 매우 강박적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심을 찾아 온 환자들은 자신의 운동 상태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고 있었다. 미네아폴리스에 위치한 심의 클리닉을 찾아온 10살 먹은 남자아이는 달리기가 빠른 것으로 유명한 아이였다. 스스로도 그만큼 빨리 뛸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달리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언제나 달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다녔다. “그 아이 부모님은 그 아이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평가를 위해 미네아폴리스에 왔을 때도 밤에 호텔방에서 뛰어다니는 바람에 다른 모든 투숙객들을 잠에서 깨웠고 엄청난 불평을 감수해야 했다.”
심의 환자는 분명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자에 집중할 때 집착적이 된다. “걸음 수와 칼로리를 계산한다고 해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강박관념을 높일 뿐이다. 그리고 신체적 활동과 식사에 대한 감을 잃게 된다.” 피곤해서 휴식을 취해야 할 때조차도, 그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 걷거나 뛰게 되는 것이 다. 슈라이버도 이에 동의한다. 운동하지 않을 때 느끼는 통증이 그녀에게는 사랑과도 같았다. “중요한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않을 때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감정과도 같았다.”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이루겠다는 정신 자세는 건강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태도를 실천하기 위해 심박에서부터 걸음수까지 모든 것을 다 기록하는 기기를 갖는다면 위험할 수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 y Adam Al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