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일성으로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말함에 따라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말한 것은 취임 초기 대통령 직무의 우선순위를 외교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이같이 말하고 꽉 막힌 주변국 관계를 푸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진 후 한국 외교가 사실상 올스톱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한미·한중 관계부터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오는 7월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자 외교에 나서기 앞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주요 현안을 미리 협의하기로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한미 관계는 대단히 복잡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사드는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약한 바 있어 정상 차원의 논의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안보 비용 문제와 통상 문제를 연계해 한국과 협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분야 당국자는 “사드·통상·방위비 분담 등 한미 사이의 모든 이슈는 결국 하나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정상외교를 통한 큰 틀의 일괄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의 대화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문 대통령이 이날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한 대목이다. 원만한 한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데 외교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설득해 경제보복을 중단시키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중국과의 정상회담도 착실히 준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너무 급한 모습을 보일 경우 오히려 외교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가 외교가 한편에서 나온다. 특히 미국 정상과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고 일을 추진할 경우 워싱턴에서 뜻하지 않은 ‘혹’을 달고 귀국해야 할 수도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쇠고기 수입 문제 등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측이 난제를 떠안은 경우가 있었다.
서울시내 사립대의 한 교수는 “사드 비용 등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확실한 답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예기치 않은 추가 요구가 나올 가능성에도 대비해 다양한 예상 답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10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북핵 문제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다.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함에 따라 새 정부는 6자회담 재개 등 당사국 간 대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맹준호기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