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회담 뭘 주고 받을지 치밀한 전략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밤 전화통화를 하며 정상회담을 조기에 열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워싱턴을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조속히 특사단도 교환하기로 했다니 다음달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해졌다.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 한미 간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기 정상회담에 공감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임기 대부분이 겹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신뢰를 쌓고 논의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자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만큼 문 대통령도 빨리 워싱턴으로 날아가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고 이를 통해 여러 현안들을 풀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고 치밀한 준비 없이 회담에 임했다가는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 만남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시 김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알리고 싶어 외교부를 독려해 부시 대통령을 만났지만 망신만 당했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모른 채 북한을 돕자고 했으니 대화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사전정보나 전략 없이 너무 정상회담만 서둘러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 “부시가 김 대통령을 박대했다”고 할 정도로 우리 외교사의 재앙이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장사꾼 기질을 가진 거래의 달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의 회담에서 보여줬듯이 뭘 주고 뭘 받을지가 명확하다. ‘트럼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와 내각의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신속히 매듭짓고 현안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6월 회담 때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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