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개정증보판 기자회견/연합뉴스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물로 꼽히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넘어’)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1985년 초판 출간 이후 32년 만이다. 11일 소설가 황석영(74)은 개정증보판 출간 간담회에서 “지금 20대만 해도 광주민중항쟁을 전혀 모른다. 개정판이 항쟁을 다시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석영은 유신독재 시절인 1976년부터 10년간 광주와 해남 등 전남지역에 살며 소설을 썼다. 1985년에는 ‘넘어넘어’ 초판에 집필자로 참여했다.
‘넘어넘어’는 시민들이 총을 들고 군사독재 정권에 맞선 1980년 5월 광주의 열흘을 기록한 일종의 백서다. 민주화운동단체 연대기구인 전남사회운동협의회가 항쟁에 참여한 시민·목격자 200여 명으로부터 수집한 자료와 증언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개정판은 초판이 나온 뒤 밝혀진 계엄군 군사작전 관련 문서와 피해보상 등에 대한 행정기관 공문, 5·18관련 검찰 수사와 재판 기록, 청문회 자료 등을 반영해 항쟁의 역사적·법률적 성격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방대한 자료를 추가하고 오류를 수정하다 보니 분량이 300여쪽에서 604쪽으로 증가했다.
개정판은 북한군 침투설과 같은 항쟁의 진상에 대한 역사왜곡을 바로잡는다. 일부 극우 세력은 당시 북한군이 내려와 잔학행위를 주도했다거나 북한 지령을 받은 불온세력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1980년 사건 직후 군의 발표부터 국방부 재조사(1985년), 국회 광주청문회(1988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2007년) 등 7차례에 걸친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 북한군이 개입한 정황이나 증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013년 10월 끊이지 않는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석영은 “북한 개입이나 지령설은 분단 이후 독재체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써먹던 정치공작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집필에는 당시 전남대 3학년이던 이재의·전용호씨도 참여했지만 초판에는 황석영만 저자로 돼 있다. 해외에 널리 알려진 작가여서 쉽게 구속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황석영의 이름을 내세워 독자들의 관심을 끌자는 계산도 있었다.
간담회에는 이재의·전용호씨와 개정판 간행위원장을 맡은 정상용씨도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회고록을 내고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하며 광주 양민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