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11일 나온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절벽의 처절한 현실과 직면한 것인데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추가경정예산 10조원’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즉시 추경 10조원을 일자리 분야에만 투입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0조원은 엄청나게 큰돈”이라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일자리 사업이 어떤 게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문 대통령이 추경 추진 대상으로 밝힌 사업은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 하나뿐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1조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나머지 약 9조원 예산에 어떤 내용물을 채워넣느냐가 추경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추경 대상을 선정할 때 공공 부문 고용창출이나 간접적인 고용지원책을 넘어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최대한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발표한 일자리 공약 가운데 추경에 담을 수 있을 만한 사업을 꼽아보면 △사회서비스 등 정부 재정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시 지원금 월 60만원→120만원 상향 △실업급여 지원 수준 강화 △체당금 지원 대상 확대 △취업 성공 패키지 등 취업 지원 프로그램 확대 △청년창업 지원·직업교육 등 강화 등이 있다. 대부분 공공 부문 고용 창출이나 간접 고용지원에 해당하는 사업들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업들은 민간 시장의 번듯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공공 부문 고용창출은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 마냥 늘리기에는 제한이 있고 민간 일자리와 달리 추가적인 파생 효과도 적다. 실업급여·체당금 등 간접고용 정책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의미는 있어도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다.
과거 선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대규모 추경을 단행하면서 실업급여·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 정부 재정 일자리 확대, 고용유지지원금, 중소기업·소상공인 창업 지원 등 일자리 분야에만 약 5조원의 추경을 투입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있는 일자리 정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듬해인 2010년 고용률이 58.7%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느는 데 그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의 틀에서 벗어나 민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들을 최대한 추경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학습병행제도나 지방자치단체 지역 인적개발위원회 일자리 사업 등은 재정이 들어가지만 민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확대 추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일학습병행제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 청년을 기업에서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가르치고 취업까지 이어지게 하는 제도다. 청년과 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치를 줄이면서도 기업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용 효과에 비해 널리 확산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지역 인적개발위원회를 운영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를 자체적으로 발굴하는 제도도 지역의 자율성을 살린 다양한 고용창출이 가능한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일자리 예산이라고 이름이 붙은 사업을 넘어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경제·사회 분야 사업까지 추경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신산업 육성도 일자리 정책만큼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과거 고용침체 때마다 정보통신, 고부가가치 제조업 등 신산업을 적극 개척해 위기를 벗어났다”며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첨단 신산업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산업 육성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유망한 2~3개 분야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