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박지원(오른쪽)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패배의 후폭풍이 야권 안팎에 휘몰아치면서 각 정당의 당권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루속히 패배의 후유증을 떨치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책임론’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한편 차기 당권을 놓고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파열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참혹한 대선 성적표로 당의 존립 기반이 위태로워진 국민의당은 11일 열린 연석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의결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16일 경선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 비대위 구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지원 대표는 이날 연석회의 후 열린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 5년 후 대선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혁신의 길로 들어가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한 혁신을 요구하고 쇄신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총사퇴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반영하듯 한때 참석자들 간에 지도부 구성 방안 등을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다음주 경선 전까지는 주승용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는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후보군으로는 주승용·장병완·유성엽 의원 등이 거론된다. 대선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냈던 김관영 의원은 이날 가장 먼저 경선 출마를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대선 참패로 당이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경선이 아닌 합의추대 방식으로 재빨리 지도부를 구성해 전열을 재정비하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당 관계자는 “경선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런 시기에 당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내부 의견도 있다”며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모두 추대 형식으로 뽑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대선 후 당내 입지가 급속히 위축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의원과 달리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아들이 거주하는 미국으로 건너가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차기 전당대회(6~7월 전망)를 통해 당권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정권 수성에는 실패했지만 진보진영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도에서도 선거 막판 우파 유권자들을 결집하며 한국당을 벼랑 끝 위기에서 구해낸 공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이제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복원된 한국당을 더욱 쇄신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동단결해야 한다. 천하대의를 따르는 큰 정치를 하자”고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권을 정식으로 검토해보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홍 전 지사가 당권에 도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선에서 막 떨어졌는데 또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홍 전 지사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패배 책임론을 꺼내 든 셈이다. 이와 함께 나경원·정진석·안상수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도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사들이다.
바른정당의 향후 당권 구도는 안갯속이다. 바른정당은 15~16일 연찬회를 열어 새 지도부 구성 방안을 논의한다. 당 관계자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일단 당권 도전보다 원내대표직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는 “백의종군하겠다”는 유승민 의원의 선언에도 당 재건을 위해 유 의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유 의원과 함께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의 역할론도 부상 중이지만 김 의원 측근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당내 입지가 다소 좁아졌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나윤석·박효정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