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주세요" 말도 하고…실시간 홈뷰 보여주고…AI입은 로봇청소기의 진화

'딥러닝' 기술로 2~3주면 집 구조 파악
청소 효율 높아지고 원격 조종도 가능
1분기 온라인몰 매출 50% 이상 증가

LG전자 ‘로보킹 터보’/사진제공=LG전자
삼성전자 2017년형 파워봇/사진제공=삼성전자
유진로봇 ‘아이클레보 오메가’/사진제공=유진로봇
“청소 중입니다. 잠시만 옆으로 비켜주세요.”

단순한 먼지 흡입 기능에서 출발한 로봇청소기가 인공지능(AI)을 탑재하면서 똑똑한 ‘가사도우미’로 거듭나고 있다. 장애물을 피하면서 청소를 마친 후 자신의 집(충전 스테이션)에 돌아가던 고유의 기능을 넘어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구글의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집안 구조를 파악, 넘어가거나 돌아가야 하는 장애물이 어디에 있는지를 기억해 둔다. 고정된 가구들은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 알아두고,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는 비켜달라고 주문하기까지 한다. 통상적으로 집안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는 데는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로봇청소기를 내놓은 곳은 LG전자다. 2003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와 미국 아이로봇 등이 선보인 로봇청소기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자 같은 해 LG전자가 경쟁 대열에 합류했던 것. 이어 삼성전자, 유진로봇 등도 로봇청소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선전하고 있다.


1세대 로봇청소기의 센서 능력은 추락 우려 지점과 장애물 감지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2005년 출시된 2세대 로봇 청소기는 자이로 센서를 통해 복잡 다양한 실내 주행 정확도를 향상시켰지만 유리와 같은 투명한 물체를 감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2007년 3세대에서 개선됐고, 4세대 제품들은 청소한 곳을 기억해 같은 곳으로 돌아가지 않는 수준까지 올랐다.

공간 인지능력과 AI 등이 적용된 지금의 똑똑한 로봇청소기들은 5세대로 불린다. 누적 판매량 40만대를 넘긴 LG 로보킹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연동 제어기능, 청소한 곳을 확인할 수 있는 로보 내비게이션 기능, 집 밖에서도 실시간으로 집안 내부를 볼 수 있는 홈 뷰(home view) 기능까지 갖췄다. 삼성전자는 청소 시작·종료·예약을 갖춘 ‘와이파이 콘트롤’ 기능과 청소 궤적을 보여주는 ‘히스토리’ 기능 등을 담았다.

성능이 고도화되고 똑똑해지면서 로봇청소기 시장은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3만6,000대 규모였던 시장은 2015년 13만대로 성장했다. 지난 한 해에는 10만대 이상 늘어난 25만대로 확 늘었다. 올해는 판매량이 30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이나 옥션 등 다양한 쇼핑몰에서도 올 1·4분기 로봇청소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완벽한 수준의 인공지능이나 딥러닝 기술이 적용됐다기보다는, 올해부터 이런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제품에 탑재되기 시작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초기 걸음마 단계지만 인공지능이 생활가전까지 적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고도화된 제품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명실공히 ‘가사도우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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