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정 상명대 교수가 11일 연북중학교에서 열린 고인돌 프로그램 ‘나와라 소설 탐정단’ 첫 강의에서 소설의 재료와 구성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동화책에는 왜 계모가 많이 등장할까요?”(강사)
“이야기 속에 나쁜 사람이 필요하니까요.”(학생1)
“착한 사람을 돋보이게 하려고요.”(학생2)
지난 11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복중학교에서는 김나정 상명대 교수(사진·소설가 겸 문학평론가)의 고인돌 강의 ‘나와라 소설 탐정단’이 열렸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생애 주기별 인문 아카데미로 올해로 5회째다. 이날 강의는 마포평생학습관이 지역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첫 강의를 열면서 던진 김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재기발랄하게 응답했다. 독서동아리반 학생들이 참가한 이번 강의는 소설의 구성요소 등에 대해 알아보고 학생들이 직접 짧은 소설을 써 보는 과정으로 총 3회에 걸쳐 진행한다. 김 교수는 고대로부터 이야기를 지어냈던 인류를 호모나랜스(이야기하는 인간)의 개념을 빌려와 설명한 뒤 동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계모의 특징과 역할을 설명했다. “엄마가 갓 태어난 아이에게는 무엇이든 잘했다고 칭찬하다가, 돌이 지나면서 사회의 규범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면서 혼내기 시작하죠. 아이는 늘 칭찬만 하던 엄마의 꾸지람이 익숙하지 않을 뿐 더러 공포심마저 느끼지만 엄마를 섣불리 미워할 수가 없죠. 그래서 잔소리하고 야단치는 엄마의 나쁜 모습을 모두 모아 만들어낸 인물이 바로 동화 속 계모랍니다.”
대학 강의에서나 들을 법한 이야기에 아이들은 어린 시절 엄마의 꾸지람을 떠올리기라도 하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몰입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재료 그리고 소설의 구성요소 등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풀어나갔다. 특히 햄릿(윌리엄 세익스피어), 솔로몬의 위증(미야베 미유키), 치숙(채만식) 등 소설을 예로 들어 학생들과 서로 대화를 나누듯 강의가 이어졌다. “소설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답니다. 여러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감동을 받고 그 과정에서 비판적인 안목을 키우게 되지요. ‘나’를 알게 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답니다. 나를 알고 남을 알면서 세상을 깊고 넓게 알게 되죠.”
강의는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요소인 배경, 인물, 사건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 또 사건이 벌어지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토리와 플롯은 어떻게 짜야하는지 등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했다.
첫 강의가 끝난 후 김 교수는 “학생들의 독서 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면서 “읽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다.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고 한계가 없어 소설쓰기의 기본을 배우면 학생들은 글로써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를 오는 12월까지 개설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