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광화문 시대 열겠다’ /서울경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연합뉴스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관련 부처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12일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정부청사관리소 등은 문 대통령 구상에 맞춰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길 경우에 대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아직 청와대에서 구체적으로 관련 계획이 넘어온 것은 없다”며 “움직여야 하는 인원 등을 보내줘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방안이 가능할지 검토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광화문 집무실’의 대략적인 그림은 얼추 그려진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긴다, 새로 짓지 않는다, 청와대를 비운다’에는 분명한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역사문화 벨트 위원회와 광화문 대통령 기획위원회에서는 이에 맞춰 관련 논의를 하면서 대강 밑그림을 그려서 넘겼다. 이를 바탕으로 경호 문제와 서울시 광화문광장 구조 개선 계획 등을 감안해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능성 있는 방안은 청와대를 비워 시민 공간으로 돌려주는 대신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옮기고, 관저는 현재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집무실로 예상되는 곳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별관 등 두 곳이 꼽힌다. 본관은 지상 19층으로 2,000명 안팎이 근무할 수 있고, 국무회의실 등이 갖춰져 집무실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본관으로 갈 경우 경호와 관련해 다른 부처 직원들이나 주변 직장인들의 불편이 너무 클 수 있다는 단점이 거론된다. 외교부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별관은 지상 18층 규모로 높이는 본관과 비슷하지만 면적이 좁아 근무 인원은 약 880명 수준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일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물리적으로 내년 5월 취임 1주년에 맞춰 광화문 집무실로 이전은 어려워 보인다. 빨라도 내년 말이나 2019년 초는 돼야 할 것을 관측된다.
우선 집무실이 들어설 건물을 재정비해야 한다. 본관이든 별관이든 고층빌딩으로 노출돼있어서 창문을 모두 방탄유리로 바꿔야 한다. 도청이나 침입 위험을 낮추기 위해 현재 2m가량에 불과한 층고를 높이는 등 대대적인 시설 개선도 필요하다. 청와대 벙커 시설까지 옮기려면 사실상 재건축 수준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는 예산 규모도 만만치 않고, 예산 편성은 9월 정기국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실상 올해 말이나 내년은 돼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기존 입주 부처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데도 법 개정 등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서울청사에는 행자부·통일부·여성가족부·금융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지방자치발전위원회·지역발전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상 본관), 외교부(별관) 등이 입주해 있다. 이 중에서 행자부와 여가부 등이 정부세종청사로 옮길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행자부 전신인 안전행정부 등을 세종시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만실인 세종청사에 자리를 내기 위해 기존 입주 부처를 조정하거나, 혹은 부근에 오피스 빌딩을 임차하는 등 준비도 시일과 예산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광화문 집무실 이전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구조 개선과도 맞물려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밀고, 차로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광화문 앞에 월대를 세우고 율곡로를 변경해 공원으로 만들면 일대 지형이 크게 바뀌게 된다. 이 경우 정부청사 주변이 종전보다 넓게 트이기 때문에 경호가 한결 수월해진다. 또, 주변 민간 건물 등을 활용해 집무실을 나누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경우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