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 검증, 자질 철저히 따지되 발목잡기는 말아야

새 정부 각료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첫 대상자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다. 이 후보자는 12일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후보자의 아들이 어깨 수술을 받은 뒤 2002년 병역면제를 받는 과정이 미심쩍다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한 조치다. 이 후보자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고 병무청에 보낸 탄원서와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서까지 공개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라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병무청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또 1991년 상속받은 부친의 재산을 17년이 지난 2008년에야 신고하고 2000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에도 8년간 공직자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만간 해명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마침 이날 청와대가 총리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 앞으로도 이런저런 의혹이 불거지고 해명과 반박이 줄을 이을 게 분명하다. 연이어 발표될 부총리·장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벌써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야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대통령과 함께 국사를 논의할 국무위원들이 도덕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직무를 수행할 자질과 능력을 갖췄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해 충분한 검증 시간이 없다. 과거에는 두 달 가까운 정권인수 기간으로 검증할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미비로 자칫 함량 미달 인사가 각료 후보로 추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 치밀한 외부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더라도 검증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확실한 도덕적 흠결이나 자질 부족 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가 내각 인선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밝히는 게 우선이다. 후보자들도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가감 없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숨기거나 거짓 해명을 한다면 국정혼란과 공백이 길어지고 결국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야당 역시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사소한 꼬투리 잡기 등으로 국정 발목 잡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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