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식화한 10조 추경...재원배분 극대화가 관건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단 3일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12일 경기동향 보고서를 통해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추경을 기정 사실화했다. 재정 당국이 민감하기 짝이 없는 추경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아야 하고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추경을 공식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일자리 추경부터 편성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적극 뒷받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새 정부의 첫 추경은 공약대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0조원 일자리 추경과 관련해 소방공무원과 경찰 등 1만2,000개의 공공 일자리를 하반기에 곧바로 만들겠다고 했다.


추경 편성은 원칙적으로 엄격히 제한돼야 마땅하다. 자연재해와 대량 실업, 경기 침체 등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가능하다. 정부는 청년실업률 사상 최고 등을 근거로 ‘대량 실업’을 법적 요건으로 삼는 모양이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추경의 법적 논란이 없을 수 없다. 다만 역대 정부마다 추경 요건을 고무줄처럼 자의적 잣대로 들이댄 전례에 비춰본다면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 핵심 정책에 지나치게 트집 잡을 계제가 못 된다.

기왕 추경을 한다면 재원배분 효과의 극대화가 긴요한 과제다. 그래야만 법적 요건을 둘러싼 논란을 줄이고 국회 설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 일자리에 10조원이나 쏟아부어야 할지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코드 맞추기 추경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재정 투입의 승수효과는 공공보다는 민간이 높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재정이 경기 마중물 역할을 해야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게 정부의 일이다. 거리의 정치와 현실 정책은 엄연히 구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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