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일본 음식은 맛이 없다?

■오로지 일본의 맛(마이클 부스 지음, 글항아리 펴냄)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관심도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 ‘스시’나 ‘라멘’ 정도를 말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음식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일부 음식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정보가 제공되나 그 외에 음식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오로지 일본의 맛’은 책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일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말 심심하고 맛없다는 것쯤이야 충분히 알지. 일본 음식은 모양이 전부잖아. 맛이라고는 전혀 없어”라고 말하던 저자가 일본의 음식을 모두 먹어보겠다며 마음먹고 떠난 여행인 만큼 책에는 우리가 그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일본의 다양한 음식들이 담겨 있다.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도쿄, 홋카이도, 고베, 오사카, 교토, 오키나와 등 전 국토를 종횡무진한 덕분에 저자가 접한 요리의 폭은 아주 방대하다. 가격 면에서는 저렴한 길거리 음식인 꼬치구이,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부터 한 번 한 요리는 다시 하지 않는다는 수수께끼에 싸인 고급 식당의 요리까지 체험했다. 지역 면에서는 북쪽 홋카이도의 게 요리에서부터 교토의 코스요리인 가이세키 요리, 오사카의 패스트푸드, 고베의 소고기 요리 등을 거쳐 오키나와의 고구마와 뱀탕까지. 저자는 거의 모든 일본 요리를 맛보고 이야기한다.

영국인 요리사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단순히 일본 음식 탐방에 그치지 않고 일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맛의 비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며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본 맛의 비밀을 캐기 위해 와사비 농장, 된장 공장, 소금 공장, 가쓰오부시 공장, 고베의 소목장 등을 찾으며 요리사의 부엌에 대담하게 쳐들어가고 요리사답게 조리법 등을 세밀하게 살펴 핵심을 짚어내기도 한다.

일본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27년 묵은 간장을 자랑하며 100년 묵은 간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간장 공장 사장, 가쓰오부시 공장에서 가다랑어 살을 발라내는 사람들, 깊은 산중 비밀스러운 곳에서 귀한 진짜 고추냉이를 만드는 농장 주인, 전통을 지켜내고 또 전통을 버리고 새로움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책 속에 담았다. “맛이 없다”고 신랄하게 일본 음식을 비판하던 저자가 일본 여행 후 일본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1만8,5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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