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문제는 정치다<3>] "백화점·쇼핑몰 짓지 말라" 을지로委, 벌써부터 압박

새정부 유통정책 규제 방점
업계 이번에도 희생양 우려
신세계百 토지계약 연기에
김만수 부천시장 SNS로
정치권 압박 우회비판

부천 신세계백화점 건립 토지 매매계약이 네 번째 연기되자 김만수 부천시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정치권의 간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글을 올렸다. 김 시장은 인근 부평구 등 소상공인의 반대가 적지 않지만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유통시설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신세계의 계약 연기 요청은) 새 정부가 출범한 상태에서 바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여기에는 계속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들의 압박이 부담스럽다는 전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천 쇼핑몰 건립에 대해 정치권이 더욱 개입하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의 부평 유세에서 행한 연설이 한몫을 하고 있다. 부천 쇼핑몰 입점 저지 인천대책위원회는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1일 부평 유세에서 대기업 복합쇼핑몰 입점으로 우리 50대·60대 자영업자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챙기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유통정책이 의무휴업 강화 등 규제 강화이다 보니 정치권이 지역 유통시설 건립에 대해 최근 들어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 업계는 이번 정부에서도 정치논리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통은 타 산업군에 비해 이해 관계자가 다양하고 서민들의 삶과 밀착돼 있는 만큼 정치권의 손쉬운 ‘규제 타깃’으로 지목돼왔다. 이번 정부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 업계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운영하던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기구인 ‘을지로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될 예정인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 그중에서도 유통 업체가 을지로위원회의 주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근 소상공인과의 상생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풀 수 있다”며 “하지만 정치권에서 간섭하기 시작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는 이미 기존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 여론만 보는 눈치행정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미 기존에 있는 입지 및 영업 규제만으로도 상당수의 마트 등 대형 상업시설의 신규 사업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실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 롯데쇼핑몰 건립은 지역 상인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4년째 표류 중이다. 롯데쇼핑은 결국 최근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롯데마트가 경기 양평군 종합터미널 근처에 짓고 있는 양평점은 85%가량 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4년째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 포항 롯데마트 두호점 역시 2013년 건물을 완공하고도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설도원 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유통업은 일반 제조업에 비해 고용 효과 등이 더 높다”며 “소비자들은 유통시설을 원하는데 일부 소상공인의 말만 듣고 규제만 쏟아낸다면 유통 업계와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서울 상암동 롯데 복합쇼핑몰 건립 예정부지. /서울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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