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민 라셰트(오른쪽) 기민당 부당수와 지지자들이 14일(현지시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셀도르프에서 지방선거 승리에 기뻐하고 있다./뒤셀도르프=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이 올해 세 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며 메르켈 총리가 ‘4선 연임’을 향한 탄탄대로에 올라섰다.
특히 기민당이 14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와 차기 총리직을 놓고 경쟁구도를 형성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텃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지난해부터 메르켈 총리의 발목을 잡아온 ‘내치’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새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유럽연합(EU) 개혁을 요구하면서 EU를 이끄는 메르켈 총리의 ‘외치’ 행보가 향후 총선 정국에서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중도우파 기민당은 오는 9월 총선에 앞선 마지막 지방선거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선거에서 사민당에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했다. 이 지역은 독일 인구의 5분의1인 약 1,800만명이 거주하는 최대 주이자 지난 1966년 이후 사민당이 지역 다수당 지위를 지켜온 사민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차기 총리 후보인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정당득표율 예측치에 따르면 기민당의 득표율은 33.0%로 사민당(31.2%)을 소폭 앞질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캡처
총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메르켈 총리는 4연임 고지에 성큼 다가선 반면 얼마 전까지 메르켈의 아성을 위협하던 사민당은 이날의 충격적 패배로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사민당은 2월3~6일 여론조사기관인 인사(INSA) 조사에서 31%의 지지율로 기민당(30%)의 정당 지지율을 처음으로 앞서는 등 선전해왔지만 3월23일 자를란트주, 5월8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하고 정치적 고향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내주며 9월 총선에 암운이 드리운 상태다. 13일 발표된 ‘엠니트’ 조사에 따르면 기민당과 사민당의 지지율은 각각 37%, 27%로 1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05년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된 메르켈이 이 기세를 몰아 9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16년 총리 수행 기록을 수립한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통일총리 헬무트 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CNN은 “지난해 이민 수용으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던 메르켈 총리가 이를 극복한 양상”이라며 “독일의 EU 통합 기조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담에 앞서 EU 국가들의 상호투자 비율을 높이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일단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독일의 2배에 달하는 10%의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률로 고전하는 프랑스와 낮은 유로화 가치 덕분에 수출 등에서 큰 수혜를 받는 독일은 기본입장이 다르다. 특히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이 벌써부터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 양국은 영국이 내온 분담금의 배분 문제로도 갈등이 불가피하다. 독일 국영 도이체벨레는 “EU 내에서 굳건하고 안정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메르켈 총리의 최대 도전과제가 됐다”며 양측의 기싸움이 다음달 이후 가열돼 가을 총선의 변수가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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