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 설정된 공·사모 펀드는 12조원7,456억원(설정액 기준) 규모로 집계됐다. 이 중 공모펀드만 떼놓고 보면 3조8,766억원(333개)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새로 설정된 전체 공·사모 펀드는 10조7,048억원, 이 중 공모펀드는 1조7,076억원(256개)어치였다. 올해 새로 출시된 공모펀드는 설정액 기준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뚫고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자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신상품 출시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새로 출시된 펀드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부분 머니마켓펀드(MMF)·전단채 펀드 등 단기 자금을 굴리기 위한 상품이나 국내외 채권형펀드, 또는 해외 주식형펀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설정된 신규 펀드 중 가장 많이 투자금을 모집한 펀드는 법인용 MMF인 ‘동양큰만족법인MMF(1조1,115억원)’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플러스(1,749억원)’였고 상위 10개 신규 공모펀드 중 국내 주식형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미래에셋TIGER200 선물레버리지’ 하나뿐이었다.
사모펀드로 범위를 넓혀 봐도 대부분 국내외 채권 또는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그나마 ‘KB부산김해경전철(4,767억원)’ ‘하나나사부동산(1,566억원)’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1,375억원)’ 등 공·사모 대체투자 펀드가 지난해에 비해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와 운용사 모두 증시 조정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 상무는 “국내 주식시장의 전망이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손실을 본 경험 때문에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프라이빗뱅커(PB)들까지도 안정적인 상품을 택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운용사들도 “내놓아봐야 안 팔린다”는 판단 아래 국내 주식형펀드를 피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5조8,000억원 이상 환매가 이뤄지는 등 기존 펀드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팀장은 “코스피 신고가에 기업실적도 사상 최대 수준인데 정작 투자자들은 시장금리보다 살짝 더 높은 수준의 상품만 찾고 있다”며 “시장의 인식이 바뀌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