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혀온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제 저는 퇴장합니다”라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15일 밤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제 역할은 여기까지 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고 친문재인그룹의 핵심인사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전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다음은 양 전 비서관이 남긴 글 전문
양정철 전 비서관(왼쪽)과 이호철 전 비서관. 참여정부에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한 이 둘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문 대통령의 정계입문과 두번의 대선을 도왔다. 이 둘 모두 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사실상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양정철 전 비서관(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
양정철 전 비서관(왼쪽)이 회의장 입구로 들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참, 멀리 왔습니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습니다. 그 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합니다.
저에게 갖고 계신 과분한 관심을 거둬달라는 뜻에서, 언론인들에게 주제 넘은 이별인사를 드립니다.
오래 전 그 날, 그 분을 모시고 신세계 개척을 향한 긴 항해에 나섰습니다.
풍랑과 폭풍우를 묵묵히 헤쳐온 긴 여정 동안 그 분은 항상 강했습니다. 당당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 분에게서 단 한 번도 비겁하거나 누추한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분 곁에 늘 함께 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습니다.
머나먼 항해는 끝났습니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그 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간곡한 당부 하나 드립니다. 우리는 저들과 다릅니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비선이 아니라 묵묵히 도왔을 뿐입니다. 나서면 “패권” 빠지면 “비선” 괴로운 공격이었습니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비선도 없습니다.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입니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