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은 오는 18일 개막하는 영화 ‘마차 타고 고래고래’에서 밴드 1번 국도 베이시스트 병태로 나선다. 1번 국도 멤버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발 벗고 중재에 나서는 막내 같지 않은 막내로,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자라섬 밴드 경연대회 무대에 설 생각에 들떠있는 인물이다.
김재범은 “‘마차타고 고래고래’ 영화를 찍는 내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사진=㈜광대무변,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영화 ‘마차 타고 고래고래’는 국내 최초로 영화와 뮤지컬의 동시 기획으로 탄생했다. 이를 두고 김재범은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기획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마음 한편으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음 속으론 영화 배우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행여나 신인 영화배우로 폐를 끼칠까봐 걱정이 앞섰던 것. 최대한 진정성 있게 임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커다란 스크린에서 비치는 본인의 모습을 보고 나니 처음부터 끝까지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컸다. 그런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이는 바로 후배 윤경호이다. 동명의 뮤지컬과 영화 모두에서 김재범과 호흡을 맞춘 윤경호는 영화 경험이 더 많아서 보다 능숙했다고 한다. 그리고 “편집 상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미리 말해주니,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해라”고 조언까지 해줬다고 한다.
‘마차 타고 고래고래’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멤버였던 네 친구들의 고향인 전라남도 목포의 ‘1번 국도’에서 시작되어 무안, 담양, 전주, 대전, 충주를 거쳐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까지 의 여정을 비춘다. 한 달에 걸쳐 목포에서 자라섬까지 약 600km를 걷는 청춘들의 여행을 러닝타임에 알차게 담아냈다. 영화의 여정은 배우 개개인들에게도 “특별한 여행을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고 한다.
“처음엔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에 부담감도 살짝 있었는데, 경호의 도움을 받고 보다 편하게 접근하면서 압박감을 많이 내려놨어요. 뭔가 놀러온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강이랑 산 경치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걷고, 또 연주하고 즐거웠어요. 조한선, 박효준, 김재범, 김신의, 한지상과 이 영화를 찍는 내내 여행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추억에 젖은 느낌이 되게 기분 좋았어요.”
“짱아란 당나귀가 우리랑 함께 한 점도 빼놓을 수 없어요. 짱아도 우리 동료잖아요. 그 아이가 우리 말을 알아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잊을 수 없는 동료죠. 당나귀목장에서 대장급으로 편하게 뛰어다녔던 아이인데 우리 영화에 와서 마차를 끌어야 해서 화가 난 것 같아요. 마차를 끌어본 적인 없는 친구라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해주려고 애 썼어요.”
그렇기에 그는 심신이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마차타고 고래고래’ 관람을 권하고자 했다. “약 1시간 40분가량 여행하는 기분이 들 영화입니다. 현실을 잠시 잊고 목포에서 가평까지, 여행하면서 흥겹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를 보는 순간 만큼은 편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쉬는 느낌으로 관람하셔도 좋을 영화입니다.”
김재범의 영화 배우 도전은 부모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 됐다. ‘자랑 할 만한 거리를 만들어주는 게 자식으로서 도리이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효자의 모습의 잠시 스쳐갔다.
“큰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아들이 영화에 나왔다는 사실이 부모님에겐 큰 기쁨이 되더라. 자 역시 그렇게 해서 기쁩니다. 영화배우로서 유명해지고 싶다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찍은 작품이고, 그 영화를 부모님께 보여드렸다는 점이 좋아요. 또 팬들이 그 먼 곳까지 찾아와주시고, 잠깐이지만 출연도 했어요. 그 추억도 좋습니다.”
“당시엔 한예종이 장동건이 들어간 학교로 유명했어요. 전 운 좋게 3차까지 합격해서 한예종에 들어가게 됐어요. 학원에서 단체로 입시시험을 준비했는데, 저만 합격했어요. 왜 합격했냐고 물어본다면? 교수님 말로는 잘 하는 학생들은 안 뽑아서 그렇다고 하셨어요. 뭔가 가르치면 잘 할 친구들을 뽑는대요. 그 말이 진심일지도 모르죠.(웃음)”
“동기 중에 뮤지컬 배우 한다는 친구가 바로 최재웅이었어요. 2천년대 초반 당시 우리들은 뮤지컬이 뭔대? 라고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재웅이는 꿋꿋하게 뮤지컬 쪽으로 나갔어요. 그렇게 전 군대를 제대하고 나와서, 재웅이랑 (전)병욱 친구가 뮤지컬 ‘지하철 1호선’ 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 보여 뮤지컬 배우의 길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에게 순탄한 배우 길만 펼쳐졌던 건 아니다. 뮤지컬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살아남는 길은 쉽지 않았다. 보컬 실력 뿐 아니라 춤 실력은 물론 완벽한 연기까지 요구했다. 그 속에서 김재범은 잠시 뮤지컬 배우의 길을 접으려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2006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가 터닝포인트가 된다.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자.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면 약한 부분부터 하나 하나 해쳐나가자 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현대무용도 배우고 노래 실력도 키웠다.”
“김수로 선배는 항상 먼저 작품 제안을 해주신다. 내 개인적 취향이나 다른 일정이 맞지 않으면 바로 ‘알았다’며 출연을 권유하지 않으신다. 배우 입장에서 날 믿고 맡겨주는 분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배우는 작품이 없으면 일을 못하지 않나”
신인 영화 배우라고 자기 소개를 했지만 현재 그의 나이는 40세. 30대부터 대학로의 떠오르는 신인배우로 점쳐진 그는 “언제까지 떠오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직 만으로 서른 일곱이니 더 열심히 해보겠다. 약국 봉투에 보면 정확히 서른 일곱으로 써져있다. 아직 마흔은 오지 않았다.”며 활짝 웃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