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복심...눈물 흘린 대통령

"추억 간직하고 저는 퇴장"
양정철, 대통령에 작별인사
"자유를 위해 먼길 떠난다"
이호철 전수석도 해외 출국



양정철(왼쪽)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사진제공=청와대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비정상적인 시선이 나에게 쏠릴 거야…그럼 대통령이 힘들어져.”

16일 사실상의 정계 은퇴를 선언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떠나기에 앞서 지인들과 나눈 대화의 요지다. 양 전 비서관은 이호철 전 민정수석,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3철’로 불리며 문 대통령이 말을 놓는 최측근이다. 양 전 비서관과 친분이 깊은 관계자는 “양 전 비서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있었다”며 “양 전 비서관이 공직을 맡지 않고 떠나는 것을 많은 사람이 만류했지만 양 전 비서관이 독하게 마음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지인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며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양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호흡한 ‘문재인의 복심’으로 통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던 문 대통령을 지난 2012년 대선으로 끌고 온 주인공이기도 하고 문 대통령을 둘러싼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총선 불출마 등의 고육지책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온몸으로 막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캠프의 핵심으로 선거 전반을 기획했고 청와대 입성도 당연시되는 듯했지만 이번에도 희생을 감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양 전 비서관과 15일 저녁을 함께하며 양 전 비서관의 결정에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양 전 비서관의 한 측근은 “양 전 비서관이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2018년 지방선거나 2020년 총선에서도 불출마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 전 비서관은 친형이 머물고 있는 뉴질랜드행이 유력하다.

이에 앞서 이 전 수석도 문 대통령 취임 당일 해외로 출국했다. 그도 지인에게 남긴 글을 통해 “마침내 정권교체가 되고 제가 존경하는 노변(노무현 전 대통령), 문변(문재인 대통령)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마침내 저도 자유를 얻었다.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문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의원은 경기도당 위원장까지 맡는 등 당에서 문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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