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15일 초유의 정전 대란은 예상치 못한 늦더위에 전력예비률이 순간적으로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불명예 퇴진을 부른 블랙아웃 이후 정부는 예비전력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2013년 마련된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3~2027년)상의 예비전력 목표치는 22%. 앞선 5차 계획의 18%보다 급격히 높였다. 민간 LNG 사업자가 발전시장에 대거 참여한 것이 이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업무지시 3호로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은 탈원전 공약과 맞물려 전력생산 배분정책을 의미하는 전원 믹스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의 전력생산 3대 축인 석탄과 원자력·LNG의 비율은 각각 40%, 30%, 22%쯤 된다. 나머지가 신재생과 수력이다. 2030년 신재생 비율 20% 공약까지 맞추려면 석탄과 원전은 20%대로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탈석탄·탈원전 공약대로라면 20%대의 전기요금 상승을 동반한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맑은 공기를 마시려면 비용 부담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전원 믹스를 잘못 조정하면 전기요금도 오르고 블랙아웃 공포를 머리에 이고 살 수도 있다. 이건 최악이다. 만성적 전력 부족에서 벗어난 지 불과 1~2년밖에 안 된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