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불편한 질문만 던진다고? 오히려 삶을 묻는 메시지"

불과 등단 6년만에 5개의 문학상을 휩쓴 소설가가 있다. 그동안 받은 상금만 총 2억2,000만원에 이른다. 소설, 수필을 포함해 총 발행 부수는 12만부를 훌쩍 넘는다. 한평생 작품에만 매달려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기자에서 전업 소설가로 전향한 지 4년만에 해냈다. 요즘 문단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장강명(42) 작가 얘기다.

최근 SF 신작 ‘아스타틴’을 출간한 장 작가를 서울 신도림 근처 카페에서 만나 작품 세계를 들어봤다. 그는 단시간내 대세 작가로 자리잡은 데 대해 “운이 좋았다”면서도 자신만의 주제의식과 작품관을 오롯이 드러냈다. 장 작가에게 자신의 소설들은 “우리 사회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우리가 문제점을 알면서도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질문을 공동체에 던지는 것이 소설가로서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장 작가가 말하는 소설가란

△그에게 소설가의 역할은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가령 ‘지금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자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이다. 장 작가는 “한국이 싫다고 떠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야 허무하지 않고 올바르게 살 수 있을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도 ‘통일이 되면 아수라장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통일을 해야 되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한 것이다. 장편소설 ‘댓글 부대’ 역시 ‘우리 사회의 인터넷 댓글 문화가 건강한가’라는 질문을 다룬다.

- 우리 사회의 절망과 암울함이 유독 눈에 띈다.

△궁극적으로는 희망과 삶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는 것이 장 작가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현실 고발은 ‘의미 있고 올바른 삶은 무엇인지’ 되묻는 작업이기도 하다. 가령 출세작 ‘표백’에서도 작품 속 등장인물은 ‘이 시대는 과업이 없는 시대고, 의미 있게 살 수가 없다. 그것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자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 작가는 본인이 묘사한 어두운 현실에 대해 누군가는 반박해주길 원하는 심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절망을 그리는 동시에 희망을 담고 싶었어요. 궤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침울한 곳만은 아니라고 차근차근 반박하고 싶은데 저로서는 잘 되지 않더군요. 그런 반박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쓴 소설입니다.”

그는 “앞으로 쓰고 싶은 주제도 그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내용일 것 같다”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하고, 답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소설을 쓸 때 반영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설가라는 새로운 직업에 남다른 소신이 있다면?


△장 작가는 기자 출신 소설가라는 남다른 이력을 가진만큼 나름대로의 직업 윤리관을 제시했다. 그는 소설가로서의 철학을 묻자 두가지를 내놓았다. 그는 “먼저 ‘직업인으로서 성실하게 쓰자’이다. 신문사에서 배운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 몸이 안 좋다거나 두통이 있다거나 어깨가 아프다거나 이런 핑계로 ‘글을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독자를 대하는 태도이다. 그는 “독자들을 우습게 보지 말자는 것”이라며 “독자들을 도발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괜찮지만 독자의 지성을 우습게 알고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 말자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 작품 주제는 어디서 얻나

△그의 작품 소재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88만원 세대’ 젊은이의 성장기부터 통일 이후의 한국까지 다양하다. 하루 눈 떠 있는 시간 내내 무엇이든 영감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집에 가다가 전단지를 보고 흥미롭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거나 신문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발전시킬 때도 있었다”며 “생각하던 사상이나 관념을 구체적으로 다듬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라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재를 소설로 녹여내는 비결은 10년간의 기자 경력이 나온다. “신문 기자도 매번 기사 아이템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니까 그런 습관이 몸에 배서 다른 사람보다 더 쉽게 (소재를) 찾는 것 같아요. 어떻게 파고들면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는 감각이나 촉 같은 것이 내 개성이 됐습니다.”

- 작품 속의 젊은이들의 고민과 좌절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는데.

△장 작가의 젊은 시절 역시 혼란과 방황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이 소설 창작에 도움이 됐다. “아주 어릴 때 꿈은 소설가가 아니라 과학자였습니다. 대학교도 그래서 공대를 갔고, 대학 초년병 때도 과학 쪽으로 갈 줄 알았어요.”

공대 진학 후에도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PC 통신 동호회에 있는 창작 게시판이 그의 원고지였다. 자신의 소설들을 누군가 읽어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즐거웠다. 장 작가는 재학 시절 신춘문예에 소설 원고를 보냈지만 당선된 작품은 없었다. 또 다른 꿈이었던 신문기자가 됐지만 그마저도 최종 정착지가 아니었다. 그는 그만두는 날, “도박처럼 사표를 냈다”고 회상했다.

“직장인이라면 다들 그럴 때가 있잖아요. ‘에이, 그냥 내가 오늘 사표 쓴다’고 하는 날이 있는데, 제가 약간 생각이 없었는지 그날 진짜 사표를 써버렸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올바른 사회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소설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 자신도 답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해서 그런 마음이 계속 소설을 쓰는 데 반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