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유방암 면역치료 길 열리나

박웅양·한원식 교수팀, 종양·면역세포 유전체 분석
T세포 ‘마커’ 활용해 면역항암제 듣는 환자군 선별

단일세포의 RNA 염기서열을 분석해 유방암 종양세포와 비종양세포를 구분하고 개별 세포의 특징을 분석한 개념도.


국내 연구진이 유방암 조직에서 종양세포와 면역세포 등 비(非)종양세포를 분리한 뒤 유전체를 분석해 난치성 유방암을 면역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장과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은 이런 연구성과를 의생물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단일 종양세포들은 유방암의 네 유형(luminal A, luminal B, HER2, TNBC)에 속했다. 하지만 유방암·난소암·위암·자궁암 등에서 과발현되는 인간상피증식인자 수용체2(HER2) 유형 일부 환자의 종양에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TNBC) 유형의 세포가 혼재돼 있고, 극소수 세포들은 악성 종양과 관련된 암 줄기세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20%가량을 차지하는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음성, HER2 음성이어서 호르몬 치료도, 표적항암제도 안 듣는다.

B세포, T세포, 거식세포와 같은 비종양 면역세포들의 구성도 환자마다 달랐다. 특히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도록 하는 T세포 대부분이 삼중음성 유방암의 하위 유형에서 발견됐다.

한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데 T세포 등의 유전체 특성을 분석하고 (전용 치료제로 허가받은 게 아니지만) 시판허가를 받은 면역항암제가 듣는 바이오 마커를 가진 환자군을 잘 선별해내면 면역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소장은 “종양조직에 존재하는 T세포의 유전자 특성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면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인 T세포에 의해 인식되고 파괴되지만 암세포의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PD-1, PD-L1, CTLA-4 등)들이 서로 결합하면 암세포가 아닌 것처럼 T세포를 속일 수 있다. 면역 체크포인트 저해제(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이런 면역회피 기능을 마비시켜 T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돕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4종(키트루다, 옵디보, 여보이, 티센트릭)을 시판허가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